Days in UAE

'Sook'의 정체를 밝힌다

WallytheCat 2018. 11. 21. 13:02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7/11/09 19:50 WallytheCat


지난 월요일(11월 5일), 'Sensibility of Light and Fabric'이란 주제로 한국 작가 한 분과 이곳 샤자에 계신 호주 작가 한 분의 이인전시회 오프닝이 있었다. 그 두 작가의 이름자는 채명숙(Myung Sook Chae), 그리고 메리데쓰 브라이스 코프랜드(Meredith Brice Copland). 한국 작가와 호주 작가의 아랍 에미리트 샤자에서의 전시회라니, 여기 사는 내가 들어도 독특한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이 두 작가는 몇년 전 한국에서 하는 전시회를 통해 처음 만나 그 인연을 지속해 온 사이라 들었다. 두 분 모두 다정다감한 게 마치 자매 같다.

이 두 작가가 전시회를 하는 장소는, 아랍에미리트 샤자에 소재한 유니버시티 오브 샤자(University of Sharjah)의 미술대학 갤러리다. 삼년 전 처음 지어진 이 건물, 이 아름다운 갤러리 공간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혼자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이 나라를 떠나기 전에 마무리의 의미로 전시회를 해야 한다면, 이 갤러리에서 한 번 하고 떠나야겠다'고 말이다. 지난 학기에 이 공간에서 전시회를 한 번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나라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마도 어떤 미련, 혹은 목격해야할 일련의 다른 사건들이 더 남아 있는 모양이라고 다시 혼자 미루어 짐작해 본다.

두 작가가 같은 주제를 가지고 같은 공간에서 하는 전시회는, 사물과 사건을 대하는 각기 다른 두 가지 시각으로 빚어진 작업의 결과일 게 분명하기에 볼 것이 다양함은 물론이고, 두 작가들에게도 서로 힘을 실어주는 일이라 여러 면에서 힘이 좀 덜 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두 작가의 작품을 둘러 보며, '예술 행위는 말할 것도 없이, 모든 인간 행위의 귀결은 '빛'이구나'라고 느낀다. 복잡 다단해 보이고, 지난해 보이며, 게다가 지속적으로 참여하기에 실제로 고통스럽기까지한 인간사 모두가 '빛'을 향한 움직임이란 걸 알게 되면, 세상이 절로 아름다워지지 않을 재간이 없겠다 싶다.






미술사학자인 엘리자베스와 화가이자 메리데쓰의 부군인 스티븐의 인사말과 두 작가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 전시회 오프닝의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전시회를 위해 준비해 온 작품을 설치하는 과정을 담은 무성 동영상이 갤러리 한쪽 구석 벽에서 계속 돌아가며 전시에 생명력을 더해 주었다.





잠시 전시된 두 작가의 작품을 들여다 보기로 한다. 작가 메리데쓰 브라이스의 작품은 투명 아크릴 디스플레이 케이스에 들어 있는 것도 있어, 촬영이 여의치 않아 여기에 올리지 못한 작품이 꽤 된다. 여기서부터는 그녀의 작품들이다.

이전에는 주로 천에 바느질, 자수, 퀼트 등의 기법을 이용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으니, 그러한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구나라는 짐작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녀는 여전히, 인간 생활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생활 필수품, 직물, 과학, 첨단 기술 등이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내지 그 관계 변화에 작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치 모직물로 짜인 면의 조직을 확대해 놓은 듯한 화면 구성을 보이는 그녀의 회화 작품도 흥미롭다. 이 전시를 통해 밝히는 그녀의 새로운 관심과 시도는, 주위에 흔히 버려지는 물건들을 수집해 재구성하는 작업도 포함된다. 이 작업은 그녀의 나노테크놀러지에 관한 호기심을 통해 상세한 세부 묘사란 기법으로 그녀의 작품에 드러난다. 새로운 시도가 처음부터 치밀하고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다. 아직은 시험 단계에 있는 이 과정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것도 내게 유익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부터는 작가 채명숙의 작품들이다. 회화, 판화 작업을 거쳐 지금의 설치 작업에 이른 그녀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보면 종이를 자르고 접어, 기하학적 입체 구조물로 재창조해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빚어진 결과물 자체만으로도 관객으로서의 흥분와 관심을 숨기기 쉽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작품을 들여다 보자면 저절로 보이고 느껴지는, 길고 긴 작업 과정 때문에라도 시선을 뗄 수가 없다.

작업을 위해 바치는 그녀의 시간은, 초조하고 날카롭게 째깍째깍 신경을 건드리며 다투어 움직이는 초침의 의미가 아니라, 칼질이라는 반복된 행위에의 몰입으로 얻어지는 정지된 상태의 지속을 이름이다. 너와 내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나와 시간이 따로 분리되어 돌아가지 않음이다. 일체감! 그것이 바로, 그녀의 작업 과정이 그녀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래서 그녀는, 본인 작업의 결과는, 그 과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비유를 서슴지 않는다.

셀 수 없이 많은 칼질 과정의 간소화, 단축을 위해 레이저 커팅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느냐는 어떤 이의 질문에 '과정, 특히나 즐기는 과정의 아름다움 없이는 내 작품의 탄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현답을 내어 놓는다.












학교와 집, 집과 학교라는 두 공간을 마치 시계추처럼 반복하며 왕래하던 다소 피로하고 단조롭던 내 생활 속으로 지난 일주일간, 한 줄기 '빛'으로 뛰어들어 잔잔하지만 신선한 파장을 일으켜 준 작가 채명숙님께 감사를 드린다



'Sensibility of Light and Fabric' Exhibition
Artists: Meredith Brice Copland, Myung Sook Chae
Place: Rewak - The Art Gallery, College of Fine Arts & Design, University of Sharjah
Exhibition Date: November 5 - November 2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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