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지만, 요 몇 년간 봄과 가을은 아주 짧게, 여름과 겨울은 또 아주 길다고 느낀다. 지난 겨울 역시 길고 길었다. 그 긴 겨울, 무심한 듯 아닌 듯 일터와 집을 무한으로 갔다 왔다를 반복했다는 느낌이다. 가늘고 길게 가기 위해, 반복되는 일상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너무 최선을 다해 살지는 않으려, 호흡의 완급을 조절하며 말 그대로 '그럭저럭' 지내려 하는 중이다. 그래야 그게 무엇이 되었든 번아웃(burnout)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꽁꽁 언 땅속임에도, 싹을 틔워 올려 보내려는 일련의 꿈틀거림을 보게 된 것은 이미 지난 일월말부터였던 것 같다. 눈 내리는 추위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꼿꼿한 자세로 조금씩 자라는 수선화의 모습을 보자니 나름 숙연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