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질긴 너, 아름답다

WallytheCat 2018. 11. 20. 21:00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6/11/23 01:58 WallytheCat


지난 여름, 그러니까 올 여름엔 아랍을 떠나며 화분에 똑부러지게 물 줄 사람을 찾지 못했다. 부탁 시작부터 어째 쌍방 소통이 된 것 같지 않더라니... 가을에 돌아와 보니 선인장을 제외한 나머지 화분들은 많이 죽어 보였다.

가장 심한 건, 한 여름 섭씨 50도 땡볕이 들던 이층 발코니에서 석 달 동안 물을 몇 번 못 얻어 마신 부겐빌리아 화분 두 개. 집안 창문으로 내다 보니 그것들은 내다 버려야 할 정도로 심하게 말라 죽어 보였다. 물을 못 먹어 마른 데다가 뜨거운 사막의 열기에 아마도 타 버렸을 터였다. 화분이 무거워 옮기기 힘들다는 이유로 식물에게 못할 짓을 했다. 날이나 좀 시원해 지면 나가서 뒷수습을 해야지 하며 일단 그대로 두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물은 두어 번 주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창 밖을 내다 보니, 갈색 일색이던 그 두 화분에 초록빛 새 잎들이 돋아난 게 보이는 것 같다. 나가서 자세히 들여다 보니 정말로 그랬다.





질기디 질긴 생명력이다. 부겐빌리아가 생명력이 강한 식물인 건 예전에 이미 느낀 바이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그 이후로 물을 자주 주니 화분 둘 다 살아나고 있다.

부겐빌리아. 내가 좋아하는 꽃이다. 원산지는 브라질. 류시화의 '지구별 이야기'란 책에 보니, 인도의 부잣집 담장에 피어있는 꽃이라 했다. 조금 실한 가지를 잘라 땅 속에 쑥 박아 놓으면 뿌리를 내리고 잘 크는데, 왜 인도에선 부잣집 담장에 있다는 건지 원. 가시가 있긴 하지만, 키워보니 벌레도 잘 생기지 않고, 물을 많이 주면 주는대로, 웃자라는 게 싫어 물을 조금씩 주면 또 그런대로 작고 예쁘게 크는 게, 손이 많이 가지 않아 좋다. 이름이 어려워 잘 기억 못 할 때는 그 꽃의 생김새가 얇은 종잇장같아 종이꽃(paper flower)라 불렀었다. 이 캠퍼스에 가장 흔한 건 분홍색과 흰색 부겐빌리아다. 내가 좋아하는 건 자주색과 주황색. 집앞에 심은 주황색 꽃이 가지를 제법 예쁘게 늘어뜨리며 자라고 있다.

이제 기온이 내려가 서늘해진 캠퍼스에는 겨우내 여러가지 꽃들이 만발을 할 거다. 모든 생명 가진 것들에게 이 사막은 겨울이 제 철이다.


<활짝 핀 후엔 빛이 바래다가 꽃잎을 떨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