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

버린 것을 돌아 본다

WallytheCat 2018. 11. 20. 21:20

Random Thoughts 2007/03/04 00:35 WallytheCat


지난 주 내내 컴퓨터로 데이터 작업을 해야 했다. 몇년 지난 파일들을 뒤져가며 정리하는 일을 하다가 정보가 뭉텅이로 빠져있음이 발견 되었다. 씨디에 구워져 있는 백업 파일들을 다 뒤져보아도 그 안에는 없다. 뒤지는 일을 한참 하다가 문득, 아, 이건 하도 오래된 거라 따로 모아 둔 플로피 디스켓 안에 백업 파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은 거다.

그리곤 그 비슷한 파일이 든 것 같은 플로피 디스켓 몇 장을 찾아내는 데도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의 해결은 또 그걸 찾는 데 있지도 않았다. 지금 쓰는 컴퓨터에는 그 네모난 플라스틱 저장 물질을 집어 넣고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지가 않다는 거다. 찾아낸 플로피 디스켓은 무용지물, 그림의 떡이다.

1.44MB 짜리 플로피 디스켓이 CD-R, CD-RW, 그 외 저장장치에 밀려 나고, 이젠 700MB 짜리 CD-R도 그 용량이 적어 생산이 금지된다고 하니, CD만 읽을 줄 아는 컴퓨터는 또 많이 버려지거나 업데이트 되어야할 것 아닌가. 이미 그리 되고 있지만. 아, 우리는 자꾸 용량이 커지고 있는 중이다.

아무래도 외장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하나 사서, 옛 파일 중 구할 수 있는 건 구해서 씨디나 디비디에 구워 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데 생각이 미친다.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참으로 비생산적인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잠깐 쓰다 버리고 또 새로운 걸 사서 쓰다 버리고...

숨돌릴 틈도 없이 개발되는 새로운 기계 장치에 치인 옛 것들. 새 컴퓨터도 한 달 후면 구닥다리가 되는 세상이다. 언젠가 TV 뉴스에서 본 장면이 생각난다. 갖가지 다른 종류의 플라스틱, 알루미늄, 동, 동합금 등, 물질의 혼합으로 제조된 컴퓨터, 그 버려진 컴퓨터를 인도의 어느 가난한 마을 사람들이 땅바닥에 주저 앉아 망치로 부숴가며 금속 부분만 걸러 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니 정말 낭패감이 들었다. 기계의 편리는 누가 누리고, 그걸 일일이 손으로 부숴가며 궂은 일을 해야 하는 건 또 누군가.

컴퓨터, 손전화 등 말 그대로 하이테크라 불리는 기기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과히 하이테크라 불릴만 하다. 길어야 2-3년 쓰면 헌 것이 되어 버려지고, 생산업체들은 그 헌 것들의 재활용에 관한한 무책임으로 일관한다. 그저 새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만 총력을 기울인다. 많은 전자제품들은 3년 이상되면 기계가 멈추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그 정도 시일이 지나면 저절로 고장이 난다. 그러지 않고서는 새로운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을 테니...

다양하게 생산되는 기기에 들어가는 메모리 카드, 케이블, 배터리 등은 또 그 형태나 용량이 얼마나 다양한가. 최소한 형태만이라도 같아야 다른 기기에도 쓸 수가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은 소비자에게 선택의 자유를 준다는 명목으로 소비를 부추기는 족쇄의 역할을 하는 중이다.

그들의 무책임을 방관하는 우리 소비자들은 또 얼마나 더 무지하고 무책임한가. 언제까지 이 제 살을 파먹는 것 같은 생산과 소비란 놀음에 장단을 맞춰 살아야 한다는 건가. 언제까지? 지구 물질의 고갈까지일테니 이렇게 가다간 별로 긴 시간이 남은 것 같지도 않다. 에궁, 쓰다보니 우울하다. 차나 한 잔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