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훔쳐본 풍경이 아름답다

WallytheCat 2018. 11. 21. 01:07

Peeping@theWorld/Days in Ohio 2007/06/08 05:00 WallytheCat 




국토의 많은 부분이 산으로 둘러 싸인 나라 사람 아니랄까봐 평평한 풍경이 끝나고 언덕들이 연이어 보이기 시작하는 오하이오 동부로 가면 난 비로소 아늑함을 느낀다. '모름지기 사람은 이런 데서 살아야 혀' 이런 생각도 하면서. 시댁에서 차로 삼사십 분 거리에 있는 이곳에는 아미쉬 사람들이 많이 산다.  Charm, Walnut Creek, Sugar Creek, Farmerstown, Berlin, Millersburg, Baltic... 이 모두가 그런 마을들이다.



날씨가 잔뜩 흐렸다. 푸른 물에 흰옷을 푹 담갔다 꺼내 입은 듯 소박하고 단정한 복장을 한 아미쉬 여자 하나가 저만치 걸어가고 있다. 여자를 멈춰 세우고 말해줘도 잘 모를 소리겠지만, 웬지 먹물옷과 닮았군, 하는 생각을 잠시 하며 여자를 지나친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냐만은 아미쉬 사람들은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지나치는 풍경을 찍는 거야 뭐라진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스러운 일이다. 드러내지 않고 몰래 찍은 사진인 셈이니 훔친 풍경 맞다. 














길을 잘못 들어 차를 돌리려는 순간, 후덥지근한 공기를 잔뜩 머금은 여름 바람이 한차례 몰아치며 나뭇잎 몇 개를 떨구더니 급기야는 후드득, 후드득 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역시나 무늬없는 단색의 단정한 차림을 한 아미쉬 남자는, 비를 피하려고 자전거 패달을 힘껏 밟는다. 그래도 갑자기 쏟아진 소낙비에 남자는 다 젖어 버렸다. 비에 젖고 싶어도 사막같은 데서는 그럴 수도 없을 거라는 상상을, 남자는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해 보았을까. 



차창을 통해 본, 소낙비 내린 아미쉬 동네는 삽시간에 몹시 어른어른, 어질어질해 보인다. 집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