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푸른 그림자

WallytheCat 2018. 11. 21. 12:44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7/09/11 04:57 WallytheCat 




요즘 내가 잠시 가서 일을 도와주고 있는 학교다. 이제 설립된지 얼마되지 않은 학교라 그 내부
이야기를 하자면 좀 복잡해지지만, 아무튼 내가 이 건물이 지어진 후 보고는 한 눈에 반한 곳이다.



이 기다란 건물의 복도 중간에 소박하게 카페테리아 하나가 펼쳐져 있다.
오다가다 그 음식 냄새에 홀려 잠깐씩 앉아 있고 싶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왠지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음식의 향과 더불어 잠시 앉아 둘러보는 건물 내부의
아름다움이, 손잡이 달린 종이컵에 담아주는 단돈 3디렘(800원쯤)짜리 인스턴트
카푸치노의 맛을 특별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른 맛 커피를 시켜볼까 생각도 하지만, 그건 항상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일일 뿐,
내 입은 항상 조금치의 망설임도 없이 '카푸치-노!' 라는 경쾌한 소리만을 고집한다.



오전 10시 조금 전후쯤 되었을까. 천장에 놓인 커다란 푸른색 유리 돔 위에 떨어진
햇살을 타고 거미줄처럼이나 은근슬쩍 벽을 기어 내려와서는, 본래 흰색이던 건물 내벽과
말굽형태의 아치(horseshoe arch, 편자형 아치)들에 지어내 보여주는 푸른빛, 푸른 그림자라니.



평소 툴툴거리며 '땡볕'이라 밖에는 부를 수 없는, 날이면 날마다 지글거리는 이곳 사막의 햇빛을
사뭇 긍정적인 애정까지도 담아 '햇살'이라 개명시켜 주고픈 순간이 있다면 이런 때 아닐까 싶다. 



앉은 자리에서 '카푸치-노!'를 홀짝이며 올려다 본 푸른빛 유리 돔의 모습이다.



이슬을 머금은 숲속의 거미줄처럼이나 정교하고 아름답지 않은가.
나는 너를 '푸른 그림자'라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