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스모키 산을 슬쩍 훔쳐보다

WallytheCat 2018. 11. 22. 00:14

Peeping@theWorld/Days Traveling 2009/09/02 01:02 WallytheCat


이미 금요일 저녁, 주말이 되어버렸다. 누군가 휴가철인 여름에 그것도 주말과 맞물려 국립공원을 방문하려 한다면 말렸을 것이건만, 어쩌다 스스로 그런 상황을 만든 꼴이 되었다. 스모키 산 바로 입구에 있는 타운 중 하나인 피젼 포지(Pigeon Forge)에까지 진입한다는 건 그야말로 어리석은 짓 같아 그나마 그곳에서 자동차로 이십여 분 떨어진 곳에 있는 세비어빌(Sevierville)이란 마을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다음 날 일어나 피젼 포지에 다다르자 자동차로 장사진을 이룬 도로는 게다가 공사 중이기까지 하다. 피젼 포지란 곳은 어찌나 산만하고 부산한지 사진을 올리는 것조차 꺼려진다. 미국서 많은 국립공원을 다녀 보았지만, 이 타운만큼 정신이 쏙 빠지게 천박한 곳이란 느낌이 드는 곳은 없었다. 없는 상점이 없고, 없는 모텔이 없고, 없는 식당이 없었다. 그 모든 것들이 우후죽순, 뒤죽박죽 섞여 늘어서 있는 꼴이라니. 내게는 그 타운이, 제대로 된 계획없이 진행된, 돈, 돈, 돈을 숭배하는 사람들이 듣기좋게 개발이라 부르며 배를 불린, 예정된 재앙처럼 보였다. 



그 꽉 막히는 길에 멈춰 서 있다가 우연히 옆 차선에 단정하게 헬맷을 착용한 귀여운 커플이 오토바이에 앉아 있는 걸 보게되었다. 뒤돌아 앉아서 뒤따르는 차들을 천진난만하게 바라보는 줄무늬 곰돌이와 눈이라도 마주치게 된다면, 어느 뉘라서 감히 이 노부부의 오토바이를 들이박는 무자비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누구라도 그 주위를 조심하며 피해가지 않을까 싶다. 이 사진을 다시 보니, 지금도 그 귀여운 모습이 떠올라 그만 씩 웃음이 난다. 



쑥대밭 타운 피젼 포지를 지나 스모키 산 바로 코 앞에 있는 게트린버그(Gatlinburg)란 타운은 그나마 좀 나았다. 주말이라 사람으로 그득하니 멈추고 싶은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지만.


상황이 이러니 그 유명하다는 스모키 산에서도 오래 머물지 말고 그냥 스쳐 지나가기로 한다. 스모키 산이란 이름이 붙여진 유래도, 잦은 안개로 겹겹으로 이어지는 산이 신비로운 푸른색을 자아내기 때문이란 말을 들었다.

부지런한 사람이라면야 물론 서둘러 새벽에 정상에 도착해 그 푸른 안개를 감탄사를 섞어가며 즐겼으련만, 게으른 나야 정상에 오르고 나니 시간은 이미 오후로 접어들고 있었다. 쨍한 여름 햇볕 탓에 그 신비함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으, 게으른 자의 비극이렷다. 이 다음에, 언젠가 시간이 주어진다면 가을 깊어진 시간, 더 나이들어 새벽 잠이 없어진 연후, 새벽에 다시 한 번 오기로 하고 아쉬움을 달랜다. 










<Saturday 8/1/2009, 스모키 산은 테네시 주와 노스케롤라이나 주에 걸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