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쿠어피 한 잔의 힘

WallytheCat 2018. 11. 22. 00:16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9/11/15 05:42 WallytheCat


낮 최고기온이 섭씨 삼십이 도에서 더 이상은 내려가지 않기로 작정하기라도 한 듯, 한 동안 그 자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내가 오래 된 온도계의 성능을 의심하기 시작하자, 버림받을 온도계를 동정하였던지, 기온을 일이 도 슬며시 내려주는 아량을 보인다. 날씨로만 따지자면야 이제 바야흐로 살 만한 좋은 날들이 시작된 셈이건만, 내 일상의 품질은 여전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삶이 나를 조금씩 파먹어 가고 있는 중인지, 내가 애꿎은 삶을 유쾌하지 않게 소모 중인지, 그도 저도 아니라면 서로 그저 불편한 관계를 모호하게 유지하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좀 답답하다, 답이 없다 싶은 오후, 방을 같이 쓰는 그녀와 나는 가방을 챙겨 잠시 울타리 밖으로 나가 버리기로 한다. 몇 군데 볼일을 보러 다니다 숨도 고를겸 들른 커피집에서 만난 귀여운 필리피노 여인이 내온 라떼와 카푸치노는 그녀처럼이나 귀엽다. 먼지 풀풀 날리는 시골 구석 다방에서 전혀 예상치 않은 자태를 하고 등장한 커피 한 잔 덕에 잠시, 삶은 그래도 살아볼 만한 것으로까지 등급 조정된다.  


<Sunday 11/1/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