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 앞 공작새들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9/11/20 16:38 WallytheCat
최근 일이 년 사이 경제에 위기가 들자 많은 사람들이 자의든 타의든 보따리를 싸 두바이를 떠나기도 했다. 그것은 시간 간격을 두고, 내가 사는 샤자에서 두바이로 운전해 보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상상을 초월하던 예전의 교통 체증이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아직까지는 경제 위기의 타격에 얻어 맞지 않은, 혹은 떠나고 싶어도 마땅히 떠날 곳을 찾지 못해 아직 이 나라에 남아 살아가는 사람들은 "두바이, 두바이" 하는 대신 이제, 한 영화 속 짐 캐리처럼 "아부다비, 아부다비"를 노래하며 아부다비를 향해 동으로 동으로 이주하는 중으로 보인다.
이 나라에 거주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고 이 안에서 생활을 꾸려가는 외국인이다. 나 역시 그 중 하나임은 물론이고. 그들이나 내가 이 나라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을 때의 기본 이유 내지는 목적이 경제적인 거였으니, 생존의 본능처럼 다시 돈 냄새가 솔솔 나는 곳을 향해 코를 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두바이 통치자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우연히 그가 거주한다는 집앞을 지나치노라니, 어려운 처지에 놓인 현재 그의 심정은 어떨까가 궁금해진다. 어제 "두바이 원"이란 텔레비전 채널의 여덟 시 뉴스를 보자니 그의 서운함이 그대로 담긴 뉴스 내용이 전해진다. "많은 미디어들이, 사람들이 이제 두바이를 더 이상 찾지 않는다는 식으로 보도하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작년에 비해 올해 이미 더 많은 사람들이 두바이를 찾았다"며 구체적인 방문객 수를 언급하기도 한다.
두바이 통치자 막툼 빈 라시드(Sheikh Maktoum Bin Rashid)의 궁전 앞에 눈부신 깃털을 몸에 두른 공작새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이다. 우리에 갖힌 몇 마리를 본 적은 있지만 이리 여유롭게 걸어다니는 큰 무리를 구경하는 건 처음이다. 머리 위에 장식을 달고, 온갖 화려한 색을 다 갖춘 꽁지 깃털을 부채처럼 활짝 펴 자랑하는 수컷 새들도 몇 마리 보인다.
모여서 뒷짐을 진 채 잡담을 하고 있어 군기가 좀 빠져보이기는 해도 총대를 맨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는 있으니, 자동차에서 내려 그 앞까지 걸어다니는 건 조심스럽다. 문 너머 궁전 안 풍경이 조금 보인다.
어미 새와 함께 노니는 새끼 공작새도 몇 마리 보인다. 어미 새와 새끼 새들은 수컷 새들에 비해 얼마나 평범한 모습인가. 종종 화려한 수컷 새들에 견주어 초라하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새끼를 낳아 적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며 생활하기에는 갈색이 곧 최적의 보호색 아닌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