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 @the World
하늘 여섯 - 내 마음 속 페이지
WallytheCat
2018. 11. 24. 20:51
Peeping@theWorld/Days Traveling 2011/11/13 06:10 WallytheCat
아리조나 주 북쪽 경계는 유타 주와 닿아 있다. 유타 주를 넘기 전에 하루 묵어야 하면, 그 경계에 위치한 페이지(Page)란 이름의 작은 마을에서 숙박할 곳을 찾아야 한다. 내가 이 마을을 보기 시작한 때가 이미 강산이 두어 번 변했을 시간이니, 내 기억 속 그 모습 그대로일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몇 년 전보다도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고는 좀 놀랐다. 놀랐다기 보다는 충격으로 다가와 배신감 같은 것도 다소 들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번쩍번쩍 크게 새로 지은 새 건물의 주유소며, 예전에는 없던 골프장이며, 곳곳이 파헤쳐지고 개발되어지는 모습이라니. 마을이라는 소박한 이름이 더는 어울리지 않는다. 번듯한 타운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페이지에서 대대손손 살아가는 원주민들이, 개발이 된 덕에 예전보다 조금 더 그 삶의 질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하다면야 그저 '지나는 행인 1'에 불과한 내가 불평 따위 할 이유도 없는 것이겠지만.
번쩍번쩍 크게 새로 지은 새 건물의 주유소며, 예전에는 없던 골프장이며, 곳곳이 파헤쳐지고 개발되어지는 모습이라니. 마을이라는 소박한 이름이 더는 어울리지 않는다. 번듯한 타운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페이지에서 대대손손 살아가는 원주민들이, 개발이 된 덕에 예전보다 조금 더 그 삶의 질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하다면야 그저 '지나는 행인 1'에 불과한 내가 불평 따위 할 이유도 없는 것이겠지만.
이런 내 서운한 듯 아린 마음을 읽었던 걸까. 페이지에 대한 마음의 끈을 놓지 말아 달라는 당부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 탁 트여 너른 페이지 하늘 전체에 마치 거대한 빗자루를 상하로 움직여 비질이라도 해 놓은 듯 신비한, 여지껏 살며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표정을 지으며 하늘은 변화무쌍한 노을을 파노라마로 펼쳐 보여준다. 페이지의 땅색을 닮은 번트 오렌지(burnt orange)로 재연되는 하늘의 표정은 무한히 따사롭고, 푸근하며, 동시에 대자연의 엄숙함도 잃지 않으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진을 다섯 장쯤 이으면 그 하늘의 아름다움을 다시 조금 엿볼 수 있을까.
사실 다시 엿볼 필요도 없다, 그 감동이 고스란히 내 가슴 속에 아직 남아 있으니.
[Page, Arizona, USA, Sunday 7/31/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