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Belgian Cafe in Dubai

WallytheCat 2018. 11. 24. 21:01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1/12/09 22:16 WallytheCat 





지난 석 달 여유로이 잠수하며 잘 지냈다. 내 나름의 평화에 막을 내리고 결국 수면 위로 나와야 했다. 슬픈지고. "나는 독재자가 아니다"라고 강변하는 이와 자주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일도 생겼다. (이 옮을라!) 슬픈지고. "나는 독재자가 아니다"를 말하는 이 치고 독재자 아닌 사람 없던데... 기회 봐서 언젠가 그 말 한 마디는 해줘야겠다.

뭣이 어떻다 해도 가는 시계를 멈출 수는 없는 법 아닌가. 다시 주말이 왔다. 나의 심신은 약간의 보상, 기분 전환을 요구한다. 몇 년 전부터 가자고 벼르기만 하던 식당에 가기로 했다. 식당이라기 보다는 네 귀퉁이 벽이 번듯한 선술집에 가깝다. 두바이의 페스티발 센터 지역의 호텔에 붙어 있는 '벨지언 카페'라 불리는 벨기에식 카페다. 모두 한 잔씩 하고 싶어해 자동차를 두고 택시를 타고 갔다. 




크라운 플라자 호텔 정문 앞에서 보자면, 오른쪽 구석에 이 카페가 있다. 굳이 거대 괴물처럼 서있는 호텔의 로비를 거치지 않아도 카페로 통하는 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긴 실내를 지나니 물을 바라보는 넓은 발코니에 두바이 야경이 제법 곱게 단장한 얼굴을 하고 펼쳐져 있다. 사진 속 가장 높은 건물이 828 미터 높이의 168 층짜리 '버즈 칼리파' 건물이다. 




대부분의 사막 위 도시들이 그렇듯 두바이 역시 희뿌연 낮 보다야 환히 불 밝힌 밤 풍경이 더 포근하고 정겹다. 색동저고리를 연상시키는, 물 위에 비쳐 어른거리는 색색의 불빛, 호텔 건물 사이로 크고 환하게 떠 있는 달, 그 사이로 휘익 지나며 떨어지는 별똥별, 그리고 맛깔스럽게 끓여 내온 홍합 한 냄비에 곁들인 한 잔의 호가든 맥주로 한 주를 씻어내기로 한다.


물 위에 떠 지나가는 작은 유람선들도 각기 옷을 달리 입었다. 이렇게 앉아 있으려니, 단 몇 시간이긴 하지만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싶다.







백포도주나 맥주로 맛을 내어 냄비에 끓여 내온 벨기에산 홍합, 호가든 벨기에 맥주, 한 접시의 물고기 튀김은 이미 단순한 한 끼 먹을거리가 아니라, 서로의 실없는 농담에도 큰 소리로 깔깔 웃으며 다시 용기내어 한 주를 살아가게 할 힘의 원천이다.





섭씨 십사 도의 바람 부는 사막의 밤이 차다. 마지막 커피 한 잔으로 저녁을 정리한 후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이 다음에 갈 때는 두툼한 옷을 챙겨 가야겠다.

<Thursday 12/8/2011, Belgian Cafe, Festival Center, Dubai, U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