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들려 다시 가다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1/12/17 01:22 WallytheCat
지난 주에 즐거웠다며, 친구가 벨지안 카페에 다시 가잔다. 특별한 일정도 없던 터라 그러자며 약속을 했다. 깜박 졸다 지난 주보다 집을 떠난 시간도 좀 늦은데다, 도로에 사고가 나서 교통 정체가 엄청났다. 저녁 여덟 시 반쯤이나 되어 카페에 도착하니, 세상에, 실내가 사람으로 꽉 찼다. 헐렁하고 넉넉해 보이던 지난 주 분위기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발코니에는 빈 자리 하나 없었다. 발코니에 앉으려면 한 시간 반은 기다려야 한다며, 조금 기다리면 실내에 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단다.
내가 사람 많아 북적거리는 곳을 좋아하지 않는 걸 아는 친구는 몹시 미안해 하며 어쩔 줄을 모른다. 미안해 했다기 보다는 맥주 한 잔 하고 싶었던 친구는, 내가 어디 다른 데로 가서 저녁이나 먹자고 할까봐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자리도 잡기 전, 바에 가서 얼른 맥주를 사들고 온다. 맥주를 마시며 바에 앉아 있자니, 안에 자리를 마련해 준다. 북적거리기는 했지만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다. 나름 열심히 노래를 하는 카수도 바로 눈 앞에 있다.
가수는 저녁 내내 노래를 했다 쉬었다를 반복했다. 그다지 절창은 아니었으나, 그의 노래는 실내에 자욱한 담배 연기와 거나하게 취한 사람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와 함께 버무려지고 묻혀, 굳이 귀담아 들으며 까탈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카페의 분위기를 적당히 돋우는 역할 정도는 충분히 해내고 있었다. 가수의 사진 한 장을 찍는 도중에 사람 하나가 그 앞을 지나갔는데 사진 속에 그 흔적이 재미있게 남았다. 마치 그가 부르는 노래의 한 소절 같기도, 귀신이 휘익 스쳐지나간 것 같은 느낌도 드는 이미지가 되었다.
이 날 밤, 발코니에 앉아 바깥 풍류를 즐기지는 못했으나, 버즈 칼리파를 줌 렌즈로 당겨 찍고 싶어 가져갔던 사진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 난간에 기대어 올려 놓고 사진은 몇 장 찍었다. 사진 속 가장 높은 건물이 828 미터 높이의 168 층짜리 '버즈 칼리파' 건물이다.
지난 주 유람선들이 지나칠 때는 알아채지 못했는데, 이번에 줌 렌즈로 당겨 사진을 찍고 보니 유람선 안에 사람들이 앉아 먹고 마시는 모습까지 들여다 보인다. (사진을 클릭하면 좀 크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