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내 너를 오래 기다려 왔다
WallytheCat
2018. 11. 24. 21:08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1/12/23 01:01 WallytheCat
불이 귀하던 시절 정성을 들여 꺼트리지 않고 불씨를 지켜내듯, 지난 수 년 간 수급을 적절히 조율하며 내 아침을 무사히 열게 하던 콜롬비안 커피콩이 달랑달랑 떨어져 가고 있었다. 이것은 내게, 저녁 지을 쌀을 퍼내려 손 넣은 독 속에서 쌀바가지가 '드드득' 바닥 긁는 소리를 내며 쌀독에 쌀이 떨어졌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보다, 가슴을 더 휑하게 긁는 듯하다. 아무 커피나 구하자면야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내내 즐겨 마시던 상표의 콜롬비아 커피를 당장 구하는 것은 여러 사람을 귀찮게 해야 가능한 일이라 어쩔까를 망설이고 있었다.
궁여지책으로 며칠 전 페이스북 친구들한테 혹시 샤자나 두바이에서 콜롬비아산, 코스타리카산, 혹은 예멘산 커피 구할 데 없느냐며 광고를 냈었다. 여러 사람이 조언을 해주었지만 이미 뻔히 아는 곳들인데다 썩 마음이 당기는 곳이 없었다. 내키지는 않지만 급한 김에 캠퍼스 안에 있는 스타벅스에라도 가 커피를 사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어제 저녁 가까운 친구한테 전화를 받았다. 딸내미와 그 아이의 친구 열 명을 인솔해 두바이의 '글로벌 빌리지'에 나와 있는데, 예멘에서 온 오만가지를 파는 상점이 있길래 들어갔더니 예멘산 커피도 있다는데, 사다 주길 원하느냐고 물었다.
궁여지책으로 며칠 전 페이스북 친구들한테 혹시 샤자나 두바이에서 콜롬비아산, 코스타리카산, 혹은 예멘산 커피 구할 데 없느냐며 광고를 냈었다. 여러 사람이 조언을 해주었지만 이미 뻔히 아는 곳들인데다 썩 마음이 당기는 곳이 없었다. 내키지는 않지만 급한 김에 캠퍼스 안에 있는 스타벅스에라도 가 커피를 사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어제 저녁 가까운 친구한테 전화를 받았다. 딸내미와 그 아이의 친구 열 명을 인솔해 두바이의 '글로벌 빌리지'에 나와 있는데, 예멘에서 온 오만가지를 파는 상점이 있길래 들어갔더니 예멘산 커피도 있다는데, 사다 주길 원하느냐고 물었다.
"예멘산이 맞다면 두 말 하면 잔소리지."
"볶은 것으로 백 그램만 사 갈테니 맛본 후 괜찮다면 너랑 다시 와서 사도록 할까?"
"그 먼 데를 언제 또 가겠어. 그냥 네가 거기 간 김에 백 그램 말고 볶은 것 일 킬로, 생두 일 킬로씩만 사와."
"얘가 미리부터 욕심을 부리네. 그 많은 걸 맛 없으면 어찌 하려구?"
"볶아 먹든 버리든 내가 알아서 할테니, 걱정말고 사 오기나 혀."
오늘 드디어 그 커피를 전달 받았다. 그 상인의 명함까지 첨부하는 감각까지 발휘했다. 기특한지고. 아랍식으로 가볍게 볶아 밝은 갈색이 나는 커피다. 어젯밤 뒤져 읽은 오블의 '여행기중독자'님의 포스팅에서 읽은 그대로 커피콩들은 그 알갱이 하나하나가 각각 다르게 생긴 것이, 참으로 생기다 만 모양새다. 그 분 조언에 따라, 시간 내어 마당에 앉아 직접 한 번 볶아 볼까 생각 중이다.
친구가 사다 준 예멘산 커피는, 아니 예멘산 커피라고 믿고 산 커피는, 어찌나 부드럽고 달콤하고 그윽하게 깊은 맛을 내던지... 저녁 시간에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셨다. 뒷맛이 텁텁하게 남지 않는 커피는 처음이다. 조금 더 진하게 볶았으면 단번에 반해서 중독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Thursday 12/22/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