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 @the World

약간의 모험

WallytheCat 2018. 11. 24. 21:35

Peeping@theWorld/Days Traveling 2012/02/04 22:19 WallytheCat


스리랑카, 우나와투나 3: 약간의 모험
콜롬보 공항에서 우나와투나까지는 150km 가량 된다. 길이 막히지 않는다면,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달린다 해도 두어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새벽에 콜롬보 공항에 도착하고, 마중나온 미니밴으로 도로를 한 시간쯤 달렸을 때, 뒤에서 달려오던 트럭 한 대가 내 일행이 탄 미니밴의 왼쪽 후미 모서리를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 나는 예외 없이 잠을 자고 있던 중이어서, 잠결에 '퍽' 하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고, 아직 덜 깬 상태에서 '사고가 난 모양이네. 이제 죽는 중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서서히 눈을 떴다. 운전자가 서둘러 차를 세우고 일행이 괜찮은지를 물은 뒤 전화기를 챙겨 차에서 내려 밖으로 나간다. 창밖은 아직 캄캄하다.

남편과 나는 괜찮았는데, 뒷자리에 앉았던 친구가 잠을 안 자고 앉아 있다가 당해 그런지 뒤통수를 쇠막대로 얻어 맞은 것 같이 아프다고 했다. 뒤에 실은 가방이 날아와 때린 것 같지는 않고, 아마도 의자 머리받이에 세게 맞아 그 안의 쇠막대를 느꼈던 모양이다. 가벼운 접촉 사고라 미루어 짐작하며, 차에서 내려 보니, 이게 웬걸, 미니밴의 구석은 조금 찌그러진 정도이고 뒤의 트럭은 정면을 부딪힌 모양으로 차량 정면 전체가 심하게 파손되어서는 유리창까지 덜렁거리는 게 보인다. 트럭 운전자는 찌그러진 문에 다리가 끼어서는 아직 빠져나오지도 못한 상태였다.






이 때가 대략 새벽 여섯 시쯤 되었던 것 같다. 지나가던 차들이 멈춰, 사람들이 여럿 모여들었다. 어찌어찌해서 트럭의 운전자를 끄집어 내었다. 다리가 몹시 아프기는 해도 피가 나거나 어디가 부러진 것 같지는 않았다. 트럭 운전자의 조수로 보이는 젊은이도 괜찮아 보였다. 아무도 심하게 다친 사람은 없으니 정말 다행이다. 명색이 미니밴보다는 큰 트럭인데, 정면으로 부딪혔다 하더라도 그렇게 파손될 수가 있나. 구석이 조금 찌그러진 미니밴은 토요타, 정면이 푹 파손된 트럭은 현대자동차라는 게 은근히 내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운전자가 졸아서 난 사고는 아니고, 운전 중에 제어가 안 되어 앞차를 박아야 세울 수 있었던 모양이다. 만일 내 일행이 탄 미니밴을 박지 않았더라면 도로 저 아래로 굴러 트럭이 옆으로, 혹은 뒤집어져 박혔을 게 분명하니, 트럭에 탄 사람들이 그나마 운이 좋았다.

연락을 했다는데 경찰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는다. 운전자들끼리 서로 보험사에 연락해 처리를 하고는 그 자리를 떠나기로 한 모양이다. 사고가 났던 곳 옆을 보니 해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아침잠 많은 내가 해뜨는 걸 볼 수 있는 건 이런 때 뿐이다, 억지로 깨어있어야 하는 때. 방금 일어난 사고와 무관하게, 땅 위 가벼운 안개를 뽀얗게 드러내며 뜨는 아침해는 곱기만 하다.


<Friday 1/20/2012, Near Colombo, Sri Lanka>

*콜롬보 공항서 우나와투나까지의 미니밴 가격:
미화 80불 혹은 9,000 스리랑카 루피 (10달러는 따로 팁으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