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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ping@theWorld/Days Traveling 2006/06/20 04:55 WallytheCat
<농장의 16세 소년. 동생들이 많은 집 큰 형이라 집안을 위해 열심히 일하더군요.>
눙위에는 해변을 끼고 숙소가 제법 많이 있습니다. 비수기인 장마철이라 관광객들이 거의 없더군요. 저희가 묵은 넓은 숙소에는 아무도 없이 달랑 저희만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었지요. 거기서 나흘을 묵으며 저희가 한 일은 근처 여기저기 걸어서 돌아다닌 일, 멍하니 끝도 없이 펼쳐진 옥색 바다를 바라 보는 일, 바닷가를 지나는 사람들이나 새 등의 사진을 찍는 일, 손등에 아프리카식 헤나(Henna) 한 번 한 정도였습니다. 사실 이 여행의 목적은 ‘더 이상 게으를 수 없다 싶을 정도로 게으르게 있다 온다’였기 때문에 특별히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때가 되면 숙소로 돌아가 킬리만자로 맥주와 함께 음식을 시켜 먹었지요.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면 종업원이 다가 와 ‘다음 끼니 땐 뭘 준비할까’를 묻곤 하더군요. 손님이라곤 저희 밖에 없었으니 미리 알려주면 편했겠지요.
<해변을 끼고 있는 숙소. 여기 앉아 비 구경 실컷하며 소원 풀었습니다. '소나기가 내리다 해가 뜨다가'를 종일 반복하더군요.>
<해변 풍경>
<일몰에 낚시하는 모습. 이 마을은 젠지바 섬의 북단에 있어서 일출도 볼 수 있고 일몰도 볼 수 있답니다. 물론 게으름을 피우느라 일출은 못 봤습니다.>
관광객을 위한 해변의 숙소들 뒤로는 원주민들이 사는 마을이 있었는데, 참 가난하더군요. 많은 집들이 짓다 말아서 창문에는 유리없이 구멍만 있는 곳도 허다했습니다. 많은 관광지가 그렇듯이 관광객들이 쓰고 가는 돈이 원주민들한테 이득이 되어 돌아가지는 않는 듯 싶었습니다. 호텔이나 식당 등의 주인은 외부인인 경우가 허다하고 그들의 수익과 원주민의 더 나은 생활과는 무관해 보였습니다.
<해변에서 뭔가를 채취하는 주민 모습. 아이들은 역시 천진난만하게 장난을 칩니다. 이 사람들, 해초는 안 먹더군요. 아까워라~>
전 사실 이 섬에 가면서 해산물이 풍부할 것으로 기대하고, 맛있는 해산물 요리도 많이 먹겠구나 했지요. 하지만 예상 밖으로 먹을거리가 그리 풍부하지 않더라구요. 잡혀 나오는 물고기도 그 수가 많지도 않은데다 어찌나 작고 살도 안 찐 것들만 있는지 안쓰럽더군요. 꽁치같은 데 그 크기가 큰 멸치보다 좀 큰 것들, 낙지가 좀 잡히나 보더군요. 거기선 낙지를 튀김을 해 길에서 팔더군요. 그래서 스톤 타운에서 그걸 몇 번 사 먹어 보았지요. 하여간, 눙위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종일 움직이긴 하는 것 같은데 수확이 없더군요. 그곳에서 느낀 건 대체로 남자들이 참 게으르구나 하는 거였습니다. 여자들이 주로 움직여 먹을 것을 구하고, 땟거리 끓일 땔감도 구하러 다니고, 낚시도 하고, 아이들도 돌 보고... 남자들은 모여 앉아 종일을 보내다가 가끔씩 다우를 움직여 좀 깊은 바다로 나갈까 말까를 왁자지껄 토론만 하던 걸요. 그런 모습을 며칠 내내 보았습니다. 그 시간에 짓다 만 집을 좀 고쳐 보던가 원... 좀 답답하더군요.
<열 명이 넘는 여자들이 옷을 입은 채 그물을 가지고 물에 들어가 고기떼를 몰아 낚시를 하는 풍경. 한 나절 그 일을 했는데 나중에 수확물을 보니 몇 마리 없더군요. 그걸 공평하게 나눠 저녁 땟거리로 쓰더군요.>
<이 여자들이 아침에 저희 숙소를 지나 어디론가 멀리 떠나는 모습을 보았는데, 저녁 해질 무렵에 나뭇가지 한 단씩을 묶어 머리에 이고 나타나더군요. 땔감으로 쓸 나무를 하러 갔던 겁니다. 모두 맨발입니다. 대범하고 화려한 무늬의 옷감이 이 젠지바 섬의 모습과 아주 잘 어울리더군요. 살림이 궁색해도 여인들의 패션 감각은 당당히 살아 있습니다. 하기야 그 재미도 없으면 어찌 저 고달픈 삶을 살겠습니까.>
제가 좀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긴 했지만, 사실 제가 아는 방식대로 살지 않는다고 해서 '틀리게 살고 있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살든 모두 귀하디 귀한 삶의 모습인 것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저도 게으르게 쉬고 싶어 가 놓곤, 그 사람들의 게으름을 못 참는 건 또 무슨 모순이랍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