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마루 공사 2024

WallytheCat 2024. 11. 25. 03:43

작년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즐겁게 지하실 바닥을 새로 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일을 업으로 한다면야 매 순간을 즐길 수는 없음을 잘 안다. 무릎을 선두로 몸 이곳저곳의 관절들의 괴로운 외침을 외면할 수 없을 때가 분명히 올 것이므로. 업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매 과정을 다 기억할 수는 없으니 또다시 새로이 배우고 기억을 되살려야 하는 부분이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도 있겠다. 게다가 지난번 지하실 작업은 비닐장판 조각들을 퍼즐처럼 맞추는 일이라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100% 나무로 된 마루(두께: 3/4")를 까는 일이라 새로 배워야 하는 일이 많은 데다 힘도 좀 써야 했다. 난이도에 관한 걱정 때문에 작업이 용이한 다른 형태의 마루로 공사를 할까도 여러 번 망설였지만 일단 한번 깔아 두면 속절없이 빠르게 지나는 세월을 가장 잘 견디어 줄 것은 원목마루 밖에 없음을 경험으로 잘 아니, 다른 선택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일층에는 밝은색 마루가 깔려있으니, 변화를 위해 이층에는 좀 거친 느낌(scraped)의 어두운 색깔의 오크(oak, 참나무)를 선택했다.

(10/20/2024, 그동안 모아놓은 샘플들이다)

어느 날씨 좋은 가을 주말에 작업은 시작되었다. 비어 있는 공간이라면 일이 좀 수월했겠지만 방안에 있는 물건들을 치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니 처음부터 일이 많다. 공간이 다 비워진 후에는 먼저 현존하는 카펫을 떼어내야 했다. 이 과정은 의외로 쉬웠다. 지난번 지하실 카펫은 콘크리트 바닥에 에폭시로 붙여 놓은 거라 그걸 손가락에 힘을 주어 뜯어내는 일이 고통스러웠으나, 이 방 카펫은 그저 커터를 이용해 적당한 크기로 잘라 내면 되었다. 카펫 아래에는 약간의 쿠션을 위해 스폰지 바닥재가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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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10/20/2024)

그러고 나서 삐걱거리는 바닥(sub floor) 이곳저곳을 찾아 못질로 잡는 일을 했다. 그 작업 후에는 바닥의 수평이 균등한지를 봐야 한다. 바닥이 울퉁불퉁하면 그걸 잡아주는 작업도 해야하는데, 운이 좋게도 바닥은 대체로 평평한 편이었다. 그런 다음, 습기 방지를 위해 2mm 두께의 바닥재(underlayment)를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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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준비 과정이 끝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마루를 까는 작업이 시작된다. 처음 2-3줄을 직선으로 잘 작업해 놓아야 나머지작업이 수월한데, 첫 번째 줄이 1-2mm 어긋난 바람에 그 이후 몇 줄 작업이 어려워졌다. 다른 이들 눈에는 잘 안 보여도 내 눈에는 보이는 실수들이 여럿 있다. 이런 실수들로 많이 배우는 법이다. 게다가 못 박는 기계(Brad Air Nailer)며, 컴프레서(Compressor: PSI 100을 썼다)를 연결해 쓰는 플로어링 네일러(Flooring Nailer) 등을 처음 쓸 때는 어찌나 무섭던지 덜덜 떨었다. 이젠 익숙해져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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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11/03/2024)

정작 마루를 까는 일은 사흘 정도 걸렸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남편이 페인트 칠을 새로 하기 시작했다. 페인트 칠이 끝나면 바닥과 벽의 경계에 베이스보드(base board)를 설치해 마감하면 비로소 방 하나의 공사가 끝이 난다. 앞으로 이런 식의 작업을 서너 번 반복해야 한다. 반복할 때마다 나의 실력은 조금씩 나아질 것은 분명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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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11/17/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