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인디언 써머의 낭만, 소나기
WallytheCat
2018. 11. 20. 20:29
Peeping@theWorld/Days in Ohio 2006/10/05 13:33 WallytheCat
얼마 전 어느 분이 오하이오에는 인디언 써머가 없느냐고 물으셨다. 하도 쌀쌀하다 덥다를 계속해서 끝난 줄 알고 '올해는 다 끝나고 추울 일만 남은 것 같다'고 말씀 드렸는데, 그 말이 무색하게 한 이틀 전부터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다. 나야 포근해서 딱 좋다고 느끼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마 이걸 덥다고 할 거다.
오늘 아침 내내 참으로 청명했었다. 저녁이 되자 하늘빛이 주황도 아니고 노랑도 아닌 요상한 빛을 드러내더니 토네이도 경고 사이렌까지 몇십 분 울려 댄다. 바람이, 제법 후끈한 공기를 몰고와 불어대니, 눈이 내리는 것 모양 온 동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잎의 무게를 덜게 된 나무들은 날을 것처럼 가벼워 하는 표정이다.
오늘 아침 내내 참으로 청명했었다. 저녁이 되자 하늘빛이 주황도 아니고 노랑도 아닌 요상한 빛을 드러내더니 토네이도 경고 사이렌까지 몇십 분 울려 댄다. 바람이, 제법 후끈한 공기를 몰고와 불어대니, 눈이 내리는 것 모양 온 동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잎의 무게를 덜게 된 나무들은 날을 것처럼 가벼워 하는 표정이다.
이 심상치 않은 날씨에도 온 동네 다람쥐 커뮤니티에는 전혀 동요가 없어 보인다. 그저 여기저기서 먹이를 날라다 땅 속 이곳저곳을 파 묻고 또 묻는다. 저 많은 장소들을 겨우내 다 찾아낼 수 있으려나 몰라.
하늘은 후두둑, 후두둑 요란한 소리를 내며 소나기를 퍼붓기 시작한다. 아, 바람과 나뭇잎이 함께 속삭이는 빗소리는 달콤하기까지 하다.
잠시 지나가는 비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다. 저녁내내 천둥, 번개, 바람이 범벅이 되어 요동을 친다. 움직임, 소리 하나하나 다 담아 두기로 작정하고 보고 듣는다. 이렇게 여름 소나기 맛 나는 비 구경은 올해로 마지막 아닌가 싶어서... 일년 내내 이런 시원한 비 한 번 제대로 볼 수 없는 곳에 사는 사막의 거주자들에게 이 소리를 마음에 담아 보낸다. 질투는 하지 마소!
창문엔 단번에 그림 한 폭이 그려진다. 손가락 하나를 꾹 눌러 그림 하나를 완성한 난, 오늘 할 일을 마친 듯 뿌듯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