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리 눈 밝은 사람이 아닌지라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산다. 그러니 사물에 대한 관찰력도 떨어져 대충 보는 듯 마는 듯 사는 중이다. 하기야 누구든 관심 많은 것에 대한 선택적 관찰을 하는 것이지 세상 모든 것을 어찌 일일이 다 세심하게 관찰하며 살 수 있단 말인가. 그런 내 어두운 눈에도 쏙 드는 꽃이 있었으니, 바로 부추꽃이다. 작년에는 꽃대 한두 개 피더니만 멀리 떨어진 부추 몇 포기를 옮겨 함께 모아 놓았더니, 올해는 부추도 몇 번 잘라먹을 만했고, 작지만 똘똘해 보이는 부추꽃도 올망졸망 모여 어여쁘게 피었다. 몇 년을 지켜보니 부추 꽃대는 꽃이 진 한겨울 내내 쓰러지지 않고 반듯하게 서 있었다. 강한 생명력이다. 너무 무성해 작년 초겨울 다 뽑아 없앴다고 생각한 들깻잎들은, 마치 내 눈치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