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ping Cherry Tree 2

2022년 봄, 수양벚나무

봄이다. 지루하고 우울하게 이어지는 팬데믹 시절임에도 내 마음을 살짝 건드리며 설레게 하는 계절이다. 망설이다 포기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어디 멀리 꽃구경이라도 한번 다녀올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계절이니, 좋은 계절임에 틀림없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올봄은 두어 주 늦게 온 것 같다. 수양벚나무, 내가 좋아하는 나무 중 하나다. 마치 막대 하나가 땅 위에 꽂힌 채 부담스러울만치 무거워 보이는 가지와 잎들을 머리 위에 잔뜩 이고 있는 듯한 과장된 모양새를 보자면, 한편 우습기도, 한편 측은하기도 하다. 잎이 무성한 여름과 가을까지는 그런대로 몸 전체가 조화를 이루어 볼만하지만 겨울을 맞아 잎들을 다 떨구고 몽당연필 마냥 헐벗고 서있는 꼴을 보자면 너무나 초라하고 측은해 자꾸만 눈길을 보내게 되는..

Days in Ohio 2022.04.16

2021년 봄

여러 번의 폭설에 질렸을 법도 한데 나는 자꾸 더 눈이 보고 싶었다. 시원스레 한 번만 더 내려주기를 바랐지만, 그런 일 없이 날은 서둘러 포근해졌고 그 결에 겨우내 엄청 쌓였던 눈은 두어 주가 지나자 모두 녹아들었다. 겨울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던 내가 쨍한 겨울이 이어지길, 게다가 눈이 더 내리길 바라다니 내가 생각해도 그런 내가 낯설다. 나는 어쩌면, 날이 풀려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며 식당에 마스크도 없이 다닥다닥 앉아 있는 모습을 보는 게 두려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난 두어 달 사람들은 더 경각심을 가지고 마스크도 철저하게 쓰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날이 포근해진 지금은? 귀갓길에 보이는 식당마다 빼곡하게 앉아 저녁시간을 즐기는 모습을 보자면 지난 두어 달의 경각심 따위는 없어 보이는 게 불..

Days in Ohio 2021.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