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2021년 봄

WallytheCat 2021. 4. 3. 04:18

여러 번의 폭설에 질렸을 법도 한데 나는 자꾸 더 눈이 보고 싶었다. 시원스레 한 번만 더 내려주기를 바랐지만, 그런 일 없이 날은 서둘러 포근해졌고 그 결에 겨우내 엄청 쌓였던 눈은 두어 주가 지나자 모두 녹아들었다. 겨울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던 내가 쨍한 겨울이 이어지길, 게다가 눈이 더 내리길 바라다니 내가 생각해도 그런 내가 낯설다.

 

나는 어쩌면, 날이 풀려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며 식당에 마스크도 없이 다닥다닥 앉아 있는 모습을 보는 게 두려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난 두어 달 사람들은 더 경각심을 가지고 마스크도 철저하게 쓰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날이 포근해진 지금은? 귀갓길에 보이는 식당마다 빼곡하게 앉아 저녁시간을 즐기는 모습을 보자면 지난 두어 달의 경각심 따위는 없어 보이는 게 불안 불안하다. 아직도 꽁꽁 싸매고 사는 내가 이상한 거 아닌가 싶은 착각도 든다. 그래도 요즘 만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았다는 보고를 해줄 때면 반갑고 고맙다. 조금씩 더 안전해지는 환경에서 일한다는 느낌은 내게 큰 위안을 준다. 코로나 백신은 그러나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 

 

<2021년 4월 1일 미국 오하이오 주 코로나 백신 현황>

 

지난번 세 들어 있던 공간에서 현재의 공간으로 이사를 한 게 2019년 12월 초이니 벌써 1년 하고도 4개월이 지났다. 오래된 건물이라 가끔씩 수리를 요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빼고는 건물 구석에 위치해 조용함이 유지되는 공간인 데다 건물의 반쯤은 비어있어 조용함에 조용함을 더하는 분위기, 그 덕에 넉넉한 주차 공간, 게다가 건물 맞은편은 희한하게도 주택가여서 거리까지 평온하고 아늑해 시간이 지날 수록 마음에 드는 곳이다. 봄이 되니, 지난 며칠 뚝딱거리며 빈 공간들의 낡은 카펫과 벽들을 걷어 내고 세 줄 채비를 하고 있는 눈치이긴 하다. 이 안온함이 조금은 더 오래가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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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3/3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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