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면 마스크 제작 변천사

WallytheCat 2020. 4. 27. 05:21

지난 3월 17부터 시작된 나의 자가 격리는, 그 닷새 후부터는 주지사의 행정 명령으로 리부팅되어 지금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자가 격리를 처음 시작했을 즈음, 의료용 마스크는 이미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설령 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걸 쓰고 외출한다는 것은 COVID-19 환자들을 돌보는 일선 의료인들에게 크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니 면 마스크라도 만들어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마스크 만드는 일을 시작하였다. 처음엔 입지 않는 면 옷이나 면 손수건, 면 침대 시트 따위를 이용해 만들기 시작했으나 두 겹과 세 겹짜리 마스크를 섞어 30여 개 만들자 재료는 동이 났다. 


<Sunday 3/22/2020>


<Tuesday 4/7/2020>


온라인으로 주문한 천과 고무줄은 정말 한참(보름쯤) 후에야 도착했다. 집안에서 지내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비슷한 일들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는 의미렸다. 나는 검은색 천은 피했다. 혹여나 강도쯤으로 오인받아 총에라도 맞는 불필요한 사고를 야기시키고 싶지는 않아서, 가능한 한 화려한 무늬의 천들을 주문했다. 화려한 무늬로 하는 바느질은 의외로 기분을 좋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이 천들로는 모두 세 겹짜리 마스크를 만들었다(일부는 필터 교체용). 이 작업을 하는 도중 몇 주 만에 중국서 필터가 도착했는데, 엄청 비싼 가격에 비해 그 품질은 빈약하고 허접했다.




<세 겹 마스크 90개, Monday 4/13/2020>


처음 마스크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을 때, 입체 마스크를 10개 정도 시도해 보았다. 착용감이 좋기는 했지만, 곡선의 도안 탓에 버리는 천이 제법 되어 낭비가 심하다 싶었다. 그래서 직사각형으로 잘라 주름을 세 개 넣는 마스크로 결정했다. 직사각형 도안의 마스크가 얼추 계획했던 수량에 도달하자,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입체 마스크 도안을 좀 보완해 다시 만들어보고 싶었다. 곡선이 너무 완만해 콧등 부분이 들뜨는 문제, 코와 입이 마스크에 밀착되어 금방 김이 서리는 등의 문제를, 곡선을 고쳐 그려 만들어 봤더니, 착용감도 좋고 숨 쉬기에도 훨씬 낫다.



<입체 마스크 36개, Friday 4/24/2020>


지금까지 모두 156개의 마스크를 만들었다. 한 마(=1 야드)의 천으로는 세 겹 입체 마스크 8개 정도의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직도 여전히 미숙하지만, 예전에 직선으로 박는 일도 잘 못 하던 시절에 비하면, 반복적인 재봉틀 작업을 통해 재봉틀질이 좀 늘었다. 가지고 있던 천도 다 소모되었고, 당분간 다른 일에 집중도 해야 해서 재봉틀이며 바느질 도구들을 당분간 모두 치워 두기로 한다. 게다가 4월 15일 다시 주문한 천은 주문이 밀려 한달 후인 5월 15일에나 도착한단다. 더 많은 사람이 집안에서 드르륵 드르륵 가열차게 재봉틀을 돌리며 바느질하는 모습이 상상되어, 쓴맛이 반쯤 섞인 웃음이 피식 났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지구인 전체의 삶을 단번에 바꿔 버렸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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