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주 2

매미의 출현

이틀 전 앞뜰에 붓꽃이 몇 피어있길래 사진을 찍으러 다가갔다가 붓꽃 가지에 착 달라붙어 있는 매미의 허물을 여럿 보았다. 너무 빠르게 번식해 다른 식물들을 잠식해 버리는 은방울꽃 뿌리를 뽑는 작업을 두어 주 전에 할 때도 땅속에 수많은 지렁이와 매미가 잠자고 있는 걸 보았지만 여름도 아닌 늦봄에 이렇게 많이 밖으로 나온 건 처음이었다. 한여름에 멀리서 소리로만 들었지 우편함이며 마당에서 흔하게 실제로 매미를 보게 되다니. 허물을 벗어내고, 선명하게 빨간 눈에 투명한 무지갯빛 날개를 단 든든하게 통통한 몸매의 매미와는 처음 마주치는 지라 다소 기묘하다 싶긴 하지만 잠자리와는 또 다른 기품이 느껴졌다. 매미에 관해 잠시 인터넷을 뒤지니, 2021년 매미의 출현에 관한 내용들로 그득했다. 미국 동부 14개의 ..

Days in Ohio 2021.05.27

사월의 눈

그날 밤 눈이 올 거라는 예보는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예보 내용은, 밤에 비가 내리다 기온이 떨어져 눈으로 변할 것이며, 눈은 바닥을 살짝 덮을 정도일 거라 했다. 서리 정도의 가벼운 눈이라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다 깜짝 놀랐다. 내 옆에서 커튼이 열리기를 기다리던 냥이 아기(Augie)의 눈이 엄청 커지며 놀라는 표정이라니. 마치 과장되게 그려 놓은 만화영화 속 냥이 같았다. 나는 무척 놀라기는 했지만 세상을 환하게 덮어버린 그득한 눈을 보자니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지난겨울 실컷 보았건만 겨울이 다 가기 전에 한번 더 이런 눈을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쉽기까지 했는데, 이제 그 바람이 이루어져 매우 흡족한 느낌이 들었다. 길어지는..

Days in Ohio 2021.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