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사월의 눈

WallytheCat 2021. 4. 25. 02:08

그날 밤 눈이 올 거라는 예보는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예보 내용은, 밤에 비가 내리다 기온이 떨어져 눈으로 변할 것이며, 눈은 바닥을 살짝 덮을 정도일 거라 했다. 서리 정도의 가벼운 눈이라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다 깜짝 놀랐다. 내 옆에서 커튼이 열리기를 기다리던 냥이 아기(Augie)의 눈이 엄청 커지며 놀라는 표정이라니. 마치 과장되게 그려 놓은 만화영화 속 냥이 같았다. 

 

나는 무척 놀라기는 했지만 세상을 환하게 덮어버린 그득한 눈을 보자니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지난겨울 실컷 보았건만 겨울이 다 가기 전에 한번 더 이런 눈을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쉽기까지 했는데, 이제 그 바람이 이루어져 매우 흡족한 느낌이 들었다. 길어지는 코로나바이러스 시국으로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주어 시원해진 느낌이랄까. 

 

세상의 꽃이란 꽃은 하나도 남김없이 다 피우고야 말 것 같던 전날까지의 등등한 기세와는 완전히 대비되는 풍경이었다. 얼추 봐도 8-10센티는 족히 될, 수분을 잔뜩 머금은 무거운 눈을 견디지 못하고 나뭇가지들은 축축 늘어져 땅에 닿을 듯 말 듯했다. 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한 나절 만에 다 녹아 사라져 버렸다. 식물에 큰 피해를 입히진 않은 듯하다. 눈의 무게에 짓눌려 쓰러진 것도 있지만 꽃들도 대부분 제자리로 돌아왔다. 밤새 찬 얼음물로 샤워를 한 것이라 여기고 말자며 놀랐던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것일까. 그 이후 날씨는 조금 쌀쌀해졌고, 마구 내달리던 꽃들도 조금 멈칫하는 게 보인다. 그래, 조금 쉬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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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꽃, 4/20/2021 vs 4/21/2021>

<Wednesday 4/2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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