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봄이면 화사한 분홍색 꽃을 피우는 작은 나무가 한 그루 있다. 매해 곰팡이가 핀 줄기도 몇 보여 잘라내기도 하며, 두고 보다 영 시원찮으면 잘라내어 버릴까도 살짝 고려하던 나무다. 작년까지는 듬성듬성 꽃을 피우더니, 올해는 마치 큰 나무처럼 엄청난 양의 꽃을 피우는 거다. 밤이 되니 은은한 꽃향도 퍼진다. 그리 큰 관심이 가는 나무는 아니지만 앵두보다 작은 빨간 열매를 맺은 것도 본 듯하다.
늘 궁금했던 건 어찌 한 나무에서 연분홍과 진분홍의 두 확연하게 다른 색의 꽃이 필까였다. 접목이라도 한 걸까 막연하게 짐작은 했지만 그다지 관심을 끄는 나무도 아니었기에 자세히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오늘은 잠시 나가 나무를 들여다보니, 나무가 한 그루가 아니고 두 그루였다. 어릴 적부터 두 그루를 함께 붙여 심어 두 나무는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한 몸이 되어 자라고 있었다. 적어도 이 나무를 심었던 사람은 두 색의 꽃을 한 나무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걸까. 깜찍한 낭만주의자다.
오늘 새삼 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앞으로는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돌봐주기로 약속했다. 벌써 몇 주째 피던 꽃들은 슬슬 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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