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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3 Snow Emergency

이미 일주일쯤 전부터 날씨가 험할 것이라는 경고를 듣고 보긴 했지만 눈이 얼마나 내릴 것이란 예측은, 2인치부터 12-15인치까지, 분분했다. 날씨도 엄청 추워질 것이라니, 냉난방 모두를 전기로 쓰는 상황에서, 전기의 수요가 급증하거나 날씨의 영향으로 사고가 발생해 공급이 중단되면 어쩌나 싶어 걱정이 되긴 했다. 혹여 그런 일이 있으면 여름내 모아놓은 장작을 때고, 그도 다 떨어지면 나무로 된 가구를 태워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각오까지 하긴 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전기가 끊기지는 않았다. 토요일(1/24) 늦은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일요일(1/25) 오후까지 계속 내렸다. 대략 8-9인치 정도가 되니 그쳤다. 뒷마당이야 그냥 둬도 무방하지만, 사람과 차가 드나들어야 하는 앞마당은 처지가 다르다. 내가..

Days in Ohio 2026.01.27

겨울 한 가운데

손가락 끝이 터서 쩍쩍 갈라져 쓰린 겨울의 한가운데 서 있을 즈음이면 늘 문득, 뭣하러 이리 추운 곳에서 살고 있는 걸까 싶은 회한이 들곤 한다. 어디서 산들 장단점이 있는 것이니, 옮기느라 힘들게 수선 떨지 말고 살던 곳에서 사는 게 맞는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삶을 진행 중이다. 이 한 몸 건사하는 것도 쉬는 일은 아닌데, 그 와중에 감당하기 쉽지 않은 많은 정치적 일들로 불안 불안하다. 며칠 전, 아는 이가 연말 쉬는 기간에 김치만두가 먹고 싶어 만들어서는 2-3일을 만두만 먹었다며, 그때 만든 만두를 냉동해 갖다 주었다. 만두는 거의 왕만두 정도 크기였다. 그날 저녁 바로 찜통에 몇 개 쪄 저녁으로 먹었다. 만두피도 집에서 빚어 만든 모양이었다. 소박한 재료에 화려한 양념 없이 슴슴한 맛의 집 ..

Days in Ohio 2026.01.12

벽, 묵은 때를 벗기다

집 주위 시멘트 바닥 등은 새로 구입한 파워워시(power wash) 기계를 이용해 두 번에 걸쳐 제법 말끔하게 청소가 되었는데, 석회암(limestone)으로 된 집 옆 벽면은 호스가 짧아 포기를 해야 했다. 주문한 호스가 도착하고도 몇 주는 뜸을 들인 것 같다. 때는 꼭 주말이어야 했고, 비가 오지 않는 쨍하게 더운 날이어야 한 데다, 긴 호스와 긴 전깃줄을 질질 끌고 다니며 일을 해야 하는 것도 살짝 마음에 부담을 주는 게 사실이었다. 그래도 결국 마음을 먹어야 하는 날이 오긴 했다. 무척 더운 주말 오후에 큰 마음먹고 집 밖에 나가 청소를 시작했다. 보기에도 다소 푸석해 보이는 석회암은 이 근방에서 흔한 돌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라나 조개껍질 등의 다양한 화석이 박혀 있는 게 보여 의외로 재미..

Days in Ohio 2025.08.18

마당, 묵은 때를 벗기다

집안의 바닥 공사를 다 끝내고 여름이 오니 할 일이 없어져 심심해진 걸까. 세월의 흐름에 켜켜이 묵은 때를 벗기지 못한 집 주변의 시멘트 바닥이며 테라스(patio) 바닥으로 슬슬 눈길이 간다. 가끔씩 손으로 청소를 한다고는 했지만 그걸로는 늘 청소가 미진했다. 파워 워시(power wash)는 꼭 전문가의 손을 빌려해야만 하는 줄 알았더니 가정용 기계를 구입해 내가 직접 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적당한 기계를 하나 사 엄청 더우면서도 맑은 날을 잡아 뒷마당부터 시작했다. 압력이 가해져 힘이 들어간 호스가 지날 때마다 묵은 때가 한눈에 볏겨 지는 걸 보는 재미라니. 물청소를 하니 전혀 더운 줄은 모르겠으나 5-6시간씩 호스를 잡고 있어야 하는 양손은 덜덜덜 떨렸다. 그래서 앞뒤를 한 번에 다 끝..

Days in Ohio 2025.07.28

큰 나무와의 동거

집 가까이에 큰 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건 늘 근심거리 하나를 마음속에 두고 사는 일이다. 너무 빨리 자라지는 않기를 바라지만 빠르게 흐르는 세월과 함께 생각보다 나무는 쑥쑥 빨리 자란다. 기회가 되면 베어야 할 나무가 세 그루쯤 된다. 뒷마당에 반은 죽고 반은 살아있는 산사나무 하나, 역시나 뒷마당에 엄청 키가 커 가지가 옆집에까지 미치는 호두나무 하나, 그리고 앞마당에 옆집과 가까이 있으나 내 집 경계에 속한 허니로커스트(honey locust, 미국주엽나무) 하나다. 멀쩡히 잘 살고 있는 나무를 베어 낸다는 게 죄책감이 드는 일임에는 분명 하나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앞마당 나무의 경우는, 옆집에서 베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 있기는 했다. 그 나무를 베어내면 자기 집 앞이 너무 휑할 ..

Days in Ohio 2025.07.28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024년 10월 20일 시작했던 이층 마루공사를 복도까지 말끔하게 마치고 삼월말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계획한 대로 살아지는 건 아닌 법이다. 조금 부족했던 마루 재료를 주문하고 기다렸지만 아무도 영문을 모른 채 내 손에 쥐어지지 않았다. 주문한 물건이 중간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복도 공사는 시작한 후 몇 줄 마치지도 못하고 중단되었고, 한 구석 찝찝한 마음을 안고 한 달 여행을 다녀왔다. 집에 돌아왔으니 중단된 채로 멈춘 복도 공사를 마치긴 해야 했는데, 하기 싫은 마음이 앞섰다. 내가 시작한 일이니 내가 마치긴 해야 했다. 복도는 실수를 하면 마무리로 감출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에 가능한 완벽하게 해야 했지만, 두어 달 전에 멈춘 내 손은 이미 그 일을 몹..

Days in Ohio 2025.06.02

요가

매주 한 번씩 가던 요가 수업을 피치 못할 이유로 두어 주 빠졌더니 몸이 좀 뻣뻣한 느낌이 드는 건 뭔가. 기껏해야 4-5명 혹은 6-7명 되던 인원이 갑자기 날이 추워져 더 줄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웬걸, 이 요가원에 다닌 이래 처음 보는 무려 16명이라는 군중이 그 수업에 왔으니, 강사까지 합하면 도합 17명이 한 공간에 있는 것이었다. 너무 숨이 막히는 것 같아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그냥 나와 버릴까도 잠깐 생각했었다. 한데 요가 강사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은 데다, 요가 매트며 수업에 필요한 이런저런 도구들을 주위에 늘어놨으니 이미 시작된 수업 중에 그걸 치우고 나올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꾹 참고, 가능하면 눈을 감고 수업에 임했다. 이제 가능하면 일요일 오전 수업에 가지 말고, 금요일 오전 ..

Days in Ohio 2024.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