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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슴 세 마리

아침식사를 준비하던 중,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하는 작은 뿔을 가진 수사슴 세 마리가 우아한 몸짓으로 눈 덮인 뒷마당을 노니는 게 보인다. 무엇보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해 보여 보는 나도 덩달아 즐겁고 반갑다. 손전화에 달린 사진기의 줌을 당겨 찍어 봤으나, 사진들이 선명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때를 대비해 망원 렌즈 달린 사진기를 늘 가까이 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Days in Ohio 2023.01.27

연말연시 주말

지난 주말 나흘, 이번 주말 다시 사흘을 집에서 지내려니, 하는 일 없이 쉬는 것도 더 이상은 재미없고 힘들다는 생각에 미친다. 뭐라도 하며 손을 움직여야 할 것 같아 언젠가 한번 시도해 보려던 일 하나를 찾아냈다. 봉지에 '쌀가루'라고 쓰여있는 걸 찹쌀가루인 줄 알고 샀다가 반죽을 해보고 나서야 맵쌀가루인 걸 알게 된 커다란 쌀가루 한 봉지가 냉동실에 지난 몇 년간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그걸 없애보기로 한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가래떡 및 떡볶이용 떡 만드는 게 생각보다는 쉬워 보였다. 뭘 남기나 싶어 봉지를 다 털어 시작했더니 그 양이 제법 많다. 서서 두어 시간 반죽과 씨름을 했던 것 같다. 떡 모양 빚어 놓고 말리는 중이다. 인터넷서 찾은 방법은 이렇다: 맵쌀가루 익반죽한다 - 5분쯤 치댄다 - ..

Days in Ohio 2023.01.02

A Bomb Cyclone

용어도 낯선, 폭탄 싸이클론 (Bomb Cyclone)! 하지만 그게 어떤 날씨를 지칭하는 것일지는 느낌이 훅 왔다. 날짜까지 콕 집어 2022년 12월 22일 목요일 밤부터 12월 26일 월요일까지 날씨가 대단히 나쁠 거란 예보는 일주일 전부터 있었다. 나는 목요일까지 일을 하고 금토일월 나흘을 쉬기로 했으니, 마치 딱 그 나흘은 꼼짝도 말고 집에 숨어 있으란 경고로 들렸다. 목요일 저녁까지만 해도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금요일 새벽 2-3시에 기온이 급속히 떨어지더니 내리던 비는 바닥에 얼어 버린 상태로 그 위에 눈이 많이 내렸다. 금요일 아침 창밖을 내다보니 대략 6-10인치쯤 내린 것 같은데, 눈이 곱게 내려 쌓인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바람이 휘몰아쳐 눈으로 언덕을 만든 곳도 있고, 눈이 전혀 없..

Days in Ohio 2022.12.25

나의 은행나무

이젠 오하이오에도 가로수로 심은 은행나무들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내가 정말 좋아해 '은행나무'하면 떠오르는 나이 많이 먹은 은행나무 한 그루가 따로 있다. 집에서 차로 90여분은 걸리는 거리에 있으므로, 그 나무와는 일 년에 한두 번이나 들러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다. 철이 지나 잎이 모두 떨어져 버렸을 거라 생각하며 해 다 저문 오후 5시 10분쯤 들렀는데, 아직도 나무에는 잎이 많이 달려 있는 게 보였다. 나무가 건강해 보이는 게, 아직 떨어질 잎이 많이 남은 게, 황금빛 융단인 양 나무 아래 은행잎이 수북한 게 그저 반가울 뿐이었다. 얼마 전 시댁 사촌 하나가 그 은행나무 앞 집을 샀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 그런 인연이! 내가 그 은행나무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많이 퍼져 그 나무는 '왈리의 은행..

Days in Ohio 2022.11.28

문 손잡이 교체

집 밖으로 노출된 문 손잡이들이 몹시 낡았다. 아마도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 붙박이로 살게 된 지 수십 년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칠만 벗겨진 게 아니라 열쇠를 넣었다 뺄 때 열쇠가 잘 빠지지도 않으니 이 정도면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 교체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교체할 것들은 모두 일곱 개였다. 일단 큰 마음먹고 하나를 시도해보니, 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몇 주 전 디지털 데드볼트(deadbolt) 등 비교적 어려운 것 세 개를 교체했고, 오늘 시간 난 김에 나머지 네 개를 마저 교체했다. 그 김에, 지금껏 나를 따라다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열쇠들도 모조리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렸다. 열쇠 시스템을 단순하게 재정비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벗겨진 문 페인트칠은 내년, 혹은 ..

Days in Ohio 2022.11.12

안개

수요일(11/2) 아침, 안개가 자욱했다. 그리 심하지는 않아, 적당히 안개로 가려진 주위 풍경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 날인 목요일(11/3) 아침에는 그보다 몇 배 더 짙은 안개로 덮여 있었다. 가까운 거리도 식별이 어려워 살살 기어 출근을 해야 했다. 안개 탓인지 평시보다 도로에 차가 없이 한산해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는 11월 8일은 미국 총선거일이다. 부재자 투표용지를 우체국에서 보내는 것보다 투표소에 놓인 함에 직접 넣는 것이 좀 더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으로 금요일(11/4) 오후 세 시쯤 해당 투표소에 갔다. 투표소가 가까워지자 사전 투표를 하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게 보인다. 혹여나 총을 멘 사람들이 주변을 서성거릴 수도 있다는 얘기에 두려운 마음이 들었는데..

Days in Ohio 2022.11.05

낙엽 낙엽 낙엽

서리가 내렸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서리 내린 다음날부터 날씨는 다시 푸근해졌다. 지난 금요일(10/21) 코로나바이러스 네 번째 백신과 독감 백신, 두 백신을 한 팔에 같이 맞아 엄청 아플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주사 맞은 부위만 좀 뻐근할 뿐 전혀 아플 기미가 없다. 몸이 안 아프기로 한 마당에, 계속 쌓여만 가는 뒷마당의 낙엽을 내다보며, 집안에서 아픈 척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런 마당일은 주로 남편 혼자 하곤 하는데, 일이 유난히 많아 보이는 이번에는 차마 그럴 수 없어 돕기로 했다. 작년에는, 잎은 적고 호두 열매가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올해는 그 반대로 호두 열매는 별로 없고 떨어진 잎의 양이 엄청났다. 평상시 그다지 넓지 않아 보이는 마당이, 무슨 일이든 일..

Days in Ohio 202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