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가 내렸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서리 내린 다음날부터 날씨는 다시 푸근해졌다. 지난 금요일(10/21) 코로나바이러스 네 번째 백신과 독감 백신, 두 백신을 한 팔에 같이 맞아 엄청 아플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주사 맞은 부위만 좀 뻐근할 뿐 전혀 아플 기미가 없다. 몸이 안 아프기로 한 마당에, 계속 쌓여만 가는 뒷마당의 낙엽을 내다보며, 집안에서 아픈 척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런 마당일은 주로 남편 혼자 하곤 하는데, 일이 유난히 많아 보이는 이번에는 차마 그럴 수 없어 돕기로 했다. 작년에는, 잎은 적고 호두 열매가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올해는 그 반대로 호두 열매는 별로 없고 떨어진 잎의 양이 엄청났다. 평상시 그다지 넓지 않아 보이는 마당이, 무슨 일이든 일을 할 때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보이지 않을 것 같던 그 끝이, 둘이서 꼬박 네 시간 낙엽을 쓸고 담아 낙엽용 종이봉투(leaf bag) 25개를 꽉 채우고 나니, 드디어 보였다. 뒷마당 일을 끝내고 돌아 나오니, 앞마당에도 나뭇잎이 제법 되었다. 그건 그 다음날 봉투 세 개로 가볍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하여 도합 28개의 봉투를 썼다.
마당 일을 마친 후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은 후, 힘든 몸에 모닥불을 피워 피로를 풀어보려는 간절함을 담아, 사놓고 몇달간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이중벽 화덕(fire pit)에 처음 불을 붙여 보았다. 고구마도 몇 개 꺼내 구웠다. 불멍을 한참 하고 앉았더니, 정말 피로가 사라지며 잠시 행복하단 생각까지 들었으니, 그것으로 하루 노동의 보상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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