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221

요가

매주 한 번씩 가던 요가 수업을 피치 못할 이유로 두어 주 빠졌더니 몸이 좀 뻣뻣한 느낌이 드는 건 뭔가. 기껏해야 4-5명 혹은 6-7명 되던 인원이 갑자기 날이 추워져 더 줄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웬걸, 이 요가원에 다닌 이래 처음 보는 무려 16명이라는 군중이 그 수업에 왔으니, 강사까지 합하면 도합 17명이 한 공간에 있는 것이었다. 너무 숨이 막히는 것 같아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그냥 나와 버릴까도 잠깐 생각했었다. 한데 요가 강사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은 데다, 요가 매트며 수업에 필요한 이런저런 도구들을 주위에 늘어놨으니 이미 시작된 수업 중에 그걸 치우고 나올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꾹 참고, 가능하면 눈을 감고 수업에 임했다. 이제 가능하면 일요일 오전 수업에 가지 말고, 금요일 오전 ..

Days in Ohio 2024.11.25

마루 공사 2024

작년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즐겁게 지하실 바닥을 새로 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일을 업으로 한다면야 매 순간을 즐길 수는 없음을 잘 안다. 무릎을 선두로 몸 이곳저곳의 관절들의 괴로운 외침을 외면할 수 없을 때가 분명히 올 것이므로. 업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매 과정을 다 기억할 수는 없으니 또다시 새로이 배우고 기억을 되살려야 하는 부분이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도 있겠다. 게다가 지난번 지하실 작업은 비닐장판 조각들을 퍼즐처럼 맞추는 일이라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100% 나무로 된 마루(두께: 3/4")를 까는 일이라 새로 배워야 하는 일이 많은 데다 힘도 좀 써야 했다. 난이도에 관한 걱정 때문에 작업이 용이한 다른 형태의 마루로 공사를 할까도 여러 번 망설였지만 일단..

Days in Ohio 2024.11.25

미 대통령 선거 2024

바로 얼마 전 투표한 것 같은데 어느덧 다시 4년이란 시간이 흘러 또다시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온다. 11월 첫 번째 화요일이니 올해는 11월 5일이다. 날씨도 추워질지 모를 투표 당일 되어 긴 줄에 서서 고생하느니, 부재자 투표를 하는 게 속 편하다. 투표소에서 받으면 잘 받았다고 문자로, 이메일로 알려주기까지 하니 불안할 것도 없다. 지난 토요일 오후, 그래도 혹여나 싶어 우체국에 가지 않고 투표소 앞에 비치된 투표함에 가 직접 넣고 왔다. 좋은 결과 있기를...

Days in Ohio 2024.10.22

뒷마당 정리

마지막으로 잔디를 깎은 게 지난 8월 11일이니 벌써 두어 달이 넘었다. 올해 우리 집 마당 잔디를 깎기 위해 고용한 열여섯 살 조카의 얼굴을 못 본 지도 벌써 두어 달이 되었다는 의미다. 고용하기 전에 물으니, 잔디 깎는 일은 딱 한 번 해봤는데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줄까지 잘 맞춰 아주 야무지게 잔디를 깎아 놓곤 해서 살짝 감동하기도 했다. 잔디를 다 깎고 난 후 블루베리 스무디를 만들어 주면 어찌나 좋아했던지도 기억난다. 그 애가 오지 않은 후로 블루베리 스무디를 만든 적이 없으니 블루베리 스무디를 마신지도 두어 달이 넘었다.오하이오에 살며 올해 같이 심한 가뭄을 경험한 건 처음 같다. 오하이오에서 평생 산 사람들도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는 말들을 했다. 비가 올 거란 예..

Days in Ohio 2024.10.15

꽃을 받다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고맙다는 인사로 화병에 담긴 꽃다발을 받았다. 가끔 마트에서 사 온 꽃다발을 받곤 하지만 이번에는 본인이 직접 만든 꽃다발을 받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플로리스트다. 오하이오에 살며 이렇게 마음에 쏙 들게 아름다운 꽃꽂이는 처음 보는 것 같다. 화려하면서 품위 있게 우아한 꽃들은 완벽해 보인다는 이유로 모두 조화(造花)로 보이기까지 했다. 전체적으로 브이(V)자 형태로 꽃을 배치해 메모를 적은 카드가 가장 눈에 잘 뜨이는 중앙의 빈 공간에 배치된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모두 이 근방에서 생산되는 꽃들이라고 메모에 적혀 있다. 오하이오에서 이렇게 어여쁜 꽃들을 생산하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앞으로 꽃 선물할 일 생기면 꼭 이 꽃집에서 주문하리라 마음먹는다. 아무리 들여다..

Days in Ohio 2024.09.25

봄 2024

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지만, 요 몇 년간 봄과 가을은 아주 짧게, 여름과 겨울은 또 아주 길다고 느낀다. 지난 겨울 역시 길고 길었다. 그 긴 겨울, 무심한 듯 아닌 듯 일터와 집을 무한으로 갔다 왔다를 반복했다는 느낌이다. 가늘고 길게 가기 위해, 반복되는 일상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너무 최선을 다해 살지는 않으려, 호흡의 완급을 조절하며 말 그대로 '그럭저럭' 지내려 하는 중이다. 그래야 그게 무엇이 되었든 번아웃(burnout)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꽁꽁 언 땅속임에도, 싹을 틔워 올려 보내려는 일련의 꿈틀거림을 보게 된 것은 이미 지난 일월말부터였던 것 같다. 눈 내리는 추위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꼿꼿한 자세로 조금씩 자라는 수선화의 모습을 보자니 나름 숙연해졌다...

Days in Ohio 2024.04.01

해냈다

선거 다음날인 2023년 11월 8일 투표 결과가 나왔다. 이슈 1번(임신 중단)과 2번(기호용 대마) 모두 합법화로 결론짓는 것으로 말이다. 결과를 접한 후, 이겼다는 느낌보다는 해내서 다행이라는 느낌이 지배적인 것은 오하이오 주가 보수성이 강한 곳이라 투표 결과를 보면 늘 지도의 대부분이 붉은색으로 칠해지기 일쑤이기 때문일 거다. 붉은색은 시각적으로 번져 보이기 때문에 실제 크기보다 더 크게 보이는 힘이 있기도 하다. 이슈 1번의 경우 아슬아슬하게 해낸 것이 아닌, 그보다 훨씬 높은 득표율(56.6% 대 43.4%)이라서 더더욱 다행이다. 유권자들이 개인의 정치 성향 때문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게 아니라 ‘임신 중단을 포함한, 출산에 관한 개인의 결정에 대한 권리를 보장한다'는 내용에 찬반을 표했..

Days in Ohio 2023.11.12

가을 끝 어디

집 앞 아름드리 나무 한 그루(미국주엽나무, honey locust tree)와 단풍나무 한 그루가 그들의 자잘한 잎을 어지럽게 떨구며 올가을이 대략 막을 내리나 싶다. 가을 내내 나뭇잎에 치이고 치이다 다시 떨어진 나뭇잎이 비에 젖어 땅에 착 붙어 카펫을 만들어 놓은 풍경을 보자니 심란 그 자체였다. 늘 차가 들락거리는 곳이라 며칠 견디지 못하고 치워야 했다, 남편이. 수고하셨소! ㅎㅎ

Days in Ohio 2023.11.04

투표

2023년 11월 7일 화요일은 미국 선거일이다. 주마다 필요한 몇 가지 이슈에 관한 투표를 하는 날이지만 오하이오 주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두 가지 중 하나는 임신중절에 관한 찬반을, 또 하나는 대마에 관한 찬반을 묻는 것이다. 둘 다 모두 뜨거운 이슈다. 둘 다 합법화 되어 보호받지 못하면 불법으로 횡행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대마에 관한 합법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2023년 오늘, 다시 임신중절의 불법 합법을 논해야 하는, 자꾸만 먼 과거로 돌아가려 하는 기가 막힌 현실에 상당한 피로감이 느껴진다. 그래도 어쩌겠나, 싸워야지. 나는 이슈 1과 이슈 2, 둘 다에 찬성을 표해 부재자 투표용지를 보냈다. 혹여나 우편으로 보내 중간에 사고라도 나 사라질 것을 우려해 투표장에까지 가 그곳에 마련된 함..

Days in Ohio 2023.11.04

환갑 잔치

지난 달인 시월초, 이메일로 생일잔치 초대장을 하나 받았다. 60번째 생일이니 이름하여 환갑 잔치인 것이다. 북적거리게 사람 많은 파티에 가는 걸 가능한 한 피하며 사는 편이지만 이 초대장에는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참석하겠다는 답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일 년 전 갑작스럽게 말기 암이란 걸 알게 되어 투병을 시작한 모습을 본 후 10개월여 만의 연락이었으니 말이다.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닌지라 예의상 거리를 좀 두며 그분의 건강을 위해 열심히 기도나 해드리자는 마음이었으나 머릿속에서 늘 걱정은 떠나지 않고 있던 참이었다. 종일 부슬부슬 비가 내리며 다시 날이 추워지고 있던 지난 토요일 저녁이었다. 막연히 대략 사오십명쯤 참석하지 않을까 짐작하며 장소에 도착했는데, 세상에, 다 모이고 나..

Days in Ohio 2023.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