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잔디를 깎은 게 지난 8월 11일이니 벌써 두어 달이 넘었다. 올해 우리 집 마당 잔디를 깎기 위해 고용한 열여섯 살 조카의 얼굴을 못 본 지도 벌써 두어 달이 되었다는 의미다. 고용하기 전에 물으니, 잔디 깎는 일은 딱 한 번 해봤는데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줄까지 잘 맞춰 아주 야무지게 잔디를 깎아 놓곤 해서 살짝 감동하기도 했다. 잔디를 다 깎고 난 후 블루베리 스무디를 만들어 주면 어찌나 좋아했던지도 기억난다. 그 애가 오지 않은 후로 블루베리 스무디를 만든 적이 없으니 블루베리 스무디를 마신지도 두어 달이 넘었다.
오하이오에 살며 올해 같이 심한 가뭄을 경험한 건 처음 같다. 오하이오에서 평생 산 사람들도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는 말들을 했다. 비가 올 거란 예보가 있던 날이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여전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또다시 비가 올 거란 예보가 있던 9월 22일 일요일, 혹여나 떨어진 나뭇잎을 담요처럼 덮어 두면 잔디가 덜 마를지도 모를 거란 내 이론을 뒤로하고, 비에 젖은 낙엽이 얼마나 무거운 지를 아는 남편이 뒷마당에 나가 낙엽을 치우기 시작했다. 낙엽을 다 치운 날 늦은 밤, 비가 제법 내렸다. 그리고 그 한 주 내내 비가 자주 내려 주어 다소 해갈이 되긴 했다. 그리고는 두어 주 후, 뜨거운 여름 날씨에서 조석으로 쌀쌀한 늦가을 날씨로 변했다. 올해 가을이란 계절은 실종된 것 같다. 이제는 추워질 일만 남은 것 같다.
너무 가물어서인지 혹은 작년에 많이 열려 올해는 열매가 많지 않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올해 땅에 떨어진 호두가 몇 없다. 호두가 많은 곳으로 이동이라도 했는지, 올해는 바쁘게 움직이는 청설모도 다람쥐도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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