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봄 2024

WallytheCat 2024. 4. 1. 03:23

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지만, 요 몇 년간 봄과 가을은 아주 짧게, 여름과 겨울은 또 아주 길다고 느낀다. 지난 겨울 역시 길고 길었다. 그 긴 겨울, 무심한 듯 아닌 듯 일터와 집을 무한으로 갔다 왔다를 반복했다는 느낌이다. 가늘고 길게 가기 위해, 반복되는 일상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너무 최선을 다해 살지는 않으려, 호흡의 완급을 조절하며 말 그대로 '그럭저럭' 지내려 하는 중이다. 그래야 그게 무엇이 되었든 번아웃(burnout)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꽁꽁 언 땅속임에도, 싹을 틔워 올려 보내려는 일련의 꿈틀거림을 보게 된 것은 이미 지난 일월말부터였던 것 같다. 눈 내리는 추위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꼿꼿한 자세로 조금씩 자라는 수선화의 모습을 보자니 나름 숙연해졌다. 그 뒤를 이어 튤립 잎도 조금씩 자랐다. 며칠 전 아침, 된서리를 맞고 고개를 푹 숙여버린 수선화를 보면서, 다 얼어서 죽은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혀를 끌끌 차며 출근을 했었다. 서리가 걷히고 날이 포근해진 늦은 오후에 집에 와 보니, 수선화는 다시 고개를 들어 햇볕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는 게 아닌가.

(Saturday 02/20/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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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02/27/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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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03/06/2024)
(Saturday 03/16/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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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03/26/2024)

집 앞 모퉁이 한 곳에 키 작은 히아신스 한 그루가 어여쁘게 피어났다. 몇 년 전 다른 쪽 마당 한 군데서도 같은 꽃 한 그루가 피었던 게 생각난다. 내가 심은 적이 없으니 뜻밖의 선물이긴 하다. 때로 꽃씨가 날아다니며 심지 않은 꽃이 피기도 하지만, 구근 식물인 히아신스가 땅속에서 썩지 않은 채 내내 잠자다 이십여 년 만에 꽃을 피우기도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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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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