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 주 3

앞마당을 둘러보니

오하이오의 봄은 잦은 비와 바람으로 시작한다. 심한 바람이야 지붕이라도 날아갈까, 나무라도 쓰러질까, 사람을 내심 불안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지만, 비는 다르다. 비를 좋아하는 나야 언제든 환영이다. 자주 오는 비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걸 알기에 표 내지 않고 혼자 속으로만 즐기기로 한 지 꽤 여러 해 된다. 올해는 난데없이 날이 한여름처럼 따뜻해져 한 달은 빨리 봄이 온 것 같다. 오월에 피던 꽃들까지 모두 서둘러 활짝 피어 버렸다. 오늘 퇴근해 잡초가 얼마나 많을까 싶어 집 앞을 둘러보니, 내가 심은 적 없는 꽃들도 여기저기 잔뜩 피어있고, 마늘인지 부추인지 알 수 없는 풀까지 무성하다. 막 피어난 민들레는 또 얼마나 어여쁜가. 민들레가 뽑아 버려야 할 잡초로 보이지 않는 때는 바로 지금이 ..

Days in Ohio 2021.04.13

2021년 봄

여러 번의 폭설에 질렸을 법도 한데 나는 자꾸 더 눈이 보고 싶었다. 시원스레 한 번만 더 내려주기를 바랐지만, 그런 일 없이 날은 서둘러 포근해졌고 그 결에 겨우내 엄청 쌓였던 눈은 두어 주가 지나자 모두 녹아들었다. 겨울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던 내가 쨍한 겨울이 이어지길, 게다가 눈이 더 내리길 바라다니 내가 생각해도 그런 내가 낯설다. 나는 어쩌면, 날이 풀려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며 식당에 마스크도 없이 다닥다닥 앉아 있는 모습을 보는 게 두려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난 두어 달 사람들은 더 경각심을 가지고 마스크도 철저하게 쓰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날이 포근해진 지금은? 귀갓길에 보이는 식당마다 빼곡하게 앉아 저녁시간을 즐기는 모습을 보자면 지난 두어 달의 경각심 따위는 없어 보이는 게 불..

Days in Ohio 2021.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