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앞마당을 둘러보니

WallytheCat 2021. 4. 13. 09:34

오하이오의 봄은 잦은 비와 바람으로 시작한다. 심한 바람이야 지붕이라도 날아갈까, 나무라도 쓰러질까, 사람을 내심 불안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지만, 비는 다르다. 비를 좋아하는 나야 언제든 환영이다. 자주 오는 비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걸 알기에 표 내지 않고 혼자 속으로만 즐기기로 한 지 꽤 여러 해 된다.  

 

올해는 난데없이 날이 한여름처럼 따뜻해져 한 달은 빨리 봄이 온 것 같다. 오월에 피던 꽃들까지 모두 서둘러 활짝 피어 버렸다. 오늘 퇴근해 잡초가 얼마나 많을까 싶어 집 앞을 둘러보니, 내가 심은 적 없는 꽃들도 여기저기 잔뜩 피어있고, 마늘인지 부추인지 알 수 없는 풀까지 무성하다. 막 피어난 민들레는 또 얼마나 어여쁜가. 민들레가 뽑아 버려야 할 잡초로 보이지 않는 때는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다. 내 집 앞마당에도 수선화가 있었건만 남의 집 앞에 핀 수선화만 부러워했다. 작년 다 늦은 여름날 스무 그루 사다 땀 뻘뻘 흘리며 심었던 작은 옥잠화들이 올해 과연 나와줄지 말지 은근 걱정을 했더랬다. 머리를 삐죽 내밀며 나오는 옥잠화 잎들이 어제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생명력 강한 옥잠화 잎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강건해 보인다. 내가 염려할 일이 전혀 아니었던 게다.

 

날 흐린 오후, 수분을 잔뜩 머금은 흙내음도 비에 젖어 초록이 더 짙어 보이는 모든 초록들도 사랑스럽다.   

 

0123456
<Monday 4/12/2021>

 

'Days in Ohio' 카테고리의 다른 글

Cherry Plum Flowers  (0) 2021.04.26
사월의 눈  (0) 2021.04.25
노트북 배터리 교환  (0) 2021.04.03
2021년 봄  (0) 2021.04.03
코로나 19 백신을 맞다  (0) 2021.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