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백신 접종을 받기 위해서는 주 정부에서 허락한 조건(나이, 기저질환 등)이 충족되면 지정한 병원, 약국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우선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 등록과 예약 과정이 경쟁이 심해 긴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화면을 무한 리프레시(refresh)해가며 원하는 장소와 시간을 물색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내 경우는, 몇 주 전, 한 약국에 등록한 며칠 후 예약이 가능하다는 초대 문자를 받았는데, 당시 일을 하느라 바빠서 두어 시간 후에 들어갔더니, 이미 가능한 예약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초대 문자를 받았을 때 분초를 다투며 바로 클릭해야 함을 그때 깨달았다.
한 번의 낭패를 겪은 다음 날 아침, 다시 이곳저곳을 뒤지다 우연찮게 크로거(Kroger)라는 식료품 회사 연계 약국에서 주최하는 나흘간 12,000명(하루에 3,000명씩)을 접종한다는 이벤트 사이트를 찾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날과 시간을 고를 수 있어 서둘러 등록을 했는데, 알고 보니 엄청나게 큰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이벤트였다. 사실, 올해 5월 1일까지 미국 내 모든 성인의 백신 접종을 마치겠다는 미연방정부의 야심 찬 계획을 믿자면, 굳이 이런 힘든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몇 주 기다리면 등록과 접종이 훨씬 수월할 수도 있지만, 내 차례가 왔을 때 맞아주는 것도 나 자신이나 사회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일단 장소에 도착해 영 아니다 싶으면 그냥 돌아 나올 각오까지 했으나, 생각보다 잘 조직되고 지휘되는 이벤트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바람이 제법 불고 추운 날 아침이었다. 도착해 보니 줄이 길었다. 기다리는 사람들 모두 오륙십 대 사람들로 보였다. 경기장 밖에서 휘휘 건물을 돌아 몰아치는 찬바람을 맞으며 30여분 줄 서서 기다리다 안으로 들어가 신분증과 의료보험증을 제시한 후 주사를 맞는 과정은 불과 10여 분이나 걸렸나 싶다. 접종받은 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 준비된 공간에 15분간 의자에 앉아 있다 별일 없으면 떠나라는 지시를 받았다. 주사를 맞고는 내내 아무렇지도 않다가 12시간 후쯤부터 주사 맞은 부위가 좀 뻐근해졌는데 그 상황이 24시간 정도 지속되었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는 거겠지만 대개는 2차 접종 때 많이들 아프다고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부터 전신 근육통이 하루쯤 간다는 사람, 사흘간 두통이 있었다는 사람까지. 접종 때 선택의 여지는 없었지만 맞고 나서 서류를 보니 화이자라고 적혀 있다. 화이자(Pfizer)보다는 모더나(Moderna) 접종 후 증상이 좀 더 심하다고 들었다. 삼주 후 2차 접종을 받아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니, 그때가 되어 상황에 따라 대처하면 될 것 같다.
통계를 보니, 내가 접종 받은 2020년 3월 19일, 오하이오주 인구 중 13.16%가 접종 완료, 2회 중 1회만 받은 사람까지 합치면 22.64% 된다고 했다.
아직은 백신 접종의 초기 단계이니, 주최 측에서 주장하는 안전성은 얼마나 믿을 만한 것인지, 코로나 19 백신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지, 효과가 있다면 어느 기간 동안 그 효과가 유지되는 것인지 등의 백신에 대한 의문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게다가 집단면역을 위해서는 인구의 70-85%의 면역이 필요하다니, 소위 보수당 지지자들의 반은 백신을 맞지 않을 것이라 했다면 그도 큰 문제 아닌가. 백신을 맞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불식시켜 백신을 수용하게 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일로 보인다.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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