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환갑 잔치

WallytheCat 2023. 11. 4. 03:25

지난 달인 시월초, 이메일로 생일잔치 초대장을 하나 받았다. 60번째 생일이니 이름하여 환갑 잔치인 것이다. 북적거리게 사람 많은 파티에 가는 걸 가능한 한 피하며 사는 편이지만 이 초대장에는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참석하겠다는 답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일 년 전 갑작스럽게 말기 암이란 걸 알게 되어 투병을 시작한 모습을 본 후 10개월여 만의 연락이었으니 말이다.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닌지라 예의상 거리를 좀 두며 그분의 건강을 위해 열심히 기도나 해드리자는 마음이었으나 머릿속에서 늘 걱정은 떠나지 않고 있던 참이었다.

종일 부슬부슬 비가 내리며 다시 날이 추워지고 있던 지난 토요일 저녁이었다. 막연히 대략 사오십명쯤 참석하지 않을까 짐작하며 장소에 도착했는데, 세상에, 다 모이고 나니 얼추 둘러보아도 이백여명은 족히 넘지 않을까 싶은 '군중'의 모습이었다. 어찌나 시끄러운지 옆사람과 소통하려 해도 큰소리를 질러야 했으니, 그냥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에 초점을 둘 밖에.

생일을 맞은 당사자는 건강해 보였으며 예전과 비교해 차분하고 침착한 모습이었다. 지난 일년간 투병을 하며, 병이 나아 좋아지게 되면, 자신을 지지하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꼭 좋은 스테이크 저녁 한 끼를 대접하고 싶었단다. 투병을 하며 많은 기도와 많은 생각의 정리를 한 듯도 했다. 앞으로는 더 많이 사람들과 나누고 베풀며 살고 싶다고도 했다. 지금까지도 그리 살아왔던 것으로 아는데 아픈 중에도 그런 생각을 하다니... 감동받았다. 앞으로 늘 건강하시길,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펼치며 사시게 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 담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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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기념 선물도 받음. Saturday 10/28/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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