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스산하다

WallytheCat 2023. 10. 8. 03:20

오하이오주는 비교적 나쁜 상황은 아니었지만 전지구의 기후 위기 상황을 뉴스로 접하며, 뜨겁고도 길다고 느낀 여름이었다. 이제 여름 외 다른 계절이란 게 오기는 오는 걸까 하는 막연한 걱정과 공포가 있었다. 아직 여름 날씨임에도 뒷마당의 호두나무들은 구월초가 되자 예년과 마찬가지로 잎을 떨구기 시작했다. 어지러운 세상이지만 아직 계절이 바뀌긴 하는 모양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난 두어 주 주말, 남편이 종일 나가 호두잎과 시커먼 호두 열매를 주워 치워 깨끗이 청소를 했다. 그러나 단 하루만 깨끗해 보일 뿐 여전히 다시 잎으로 채워지는 중이다. 아마도 몇 주는 더 계속될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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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9/29/2023)

2023년 9월 23일 일요일 오후, 뒷마당에서 나뭇잎 치우던 남편이 놀란 얼굴을 하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죽은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는 거다. 아무 생각 없이 마당을 치우다가 난데없이 당한 일이니 놀라기도 했을 터였다. 일단 사진을 몇 장 찍어 두고, 파리가 끓기 시작하는 사체를 치우기로 했다. 개중 큰 신발 상자 하나와 깨끗한 면포 하나를 챙겨 나갔다. 남편은 차마 그걸 만지기 어려웠던지 머뭇거렸다. 내가 장갑을 끼고 사체를 보자기에 싸서, 좋은 곳으로 가라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종이 상자에 담았다. 죽은 지 오래되지는 않았는지 경직된 상태는 아니었다. 아마도 그날 이른 아침 일어난 일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몸통 부분은 고스란히 먹히고 없는 걸 보니 코요테(coyote)의 소행으로 짐작이 되었다.

내내 가물어 잔뜩 마른땅을 남편이 힘들게 삽질을 해 집에서 가장 먼 곳에 구덩이를 판 후 일단 고양이는 묻어 주었다. 그러고 나서 이웃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주인을 찾았다. 몇 집 건너 있는 이웃의 고양이인 듯했다. 그 검은색 고양이가 길을 건너는 것을 우리도 종종 목격했던 기억이 났다. 그 고양이를 볼 때마다 늘 위험하다 싶었는데 자동차가 아닌 다른 동물의 습격을 받아 죽다니, 그 삶도 기구하다 싶었다.

파커(Parker)란 이름을 가진 그 고양이의 사연은 이랬다. 그 집의 개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 고양이를 밖에 풀어 키웠단다. 그래서 그 주위 이웃집 사람들이 파커의 밥을 주었다는 후문이다. 상황이 그랬다면 다른 입양자를 찾아 주기라도 할 것이지, 고양이를 그리 천덕꾸러기를 만들어 밖으로 내몰다니... 속에서 부아가 치밀었다.

그날 저녁 그 집 여자(Emily)가 다른 이웃집 여자를 대동하고 우리 집에 찾아왔다. 처음에는 고맙다며 대화를 이어갔는데, 고양이 사체 사진을 보더니, 자기 고양이는 눈이 노란색인데 사진 속 고양이는 갈색이라 아닌 것 같단다. 실눈을 뜨고 죽은 고양이의 잘 보이지도 않는 사진 속 눈을 보고 아닌 것 같다며 갑자기 부정을 했다. 다른 사람들 모두는 그 고양이가 그 고양이라 생각하는데 본인만 아니라는 거다. 그러면서 자기 고양이가 돌아올지 모르니 기다려 보겠다고 했다. 내 생각으로는, 고양이가 죽어 슬픈 것도 슬픈 거지만 한편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알게 된 이 상황이 창피하고 당황스러워 그리 궁색한 변명을 했던 것 같다. 내일이면 딱 이주가 되는데, 아직도 그 여자의 고양이가 살아 돌아왔다는 소식은 들은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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