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가는 집을 하나 갖고 있다는 건, 어느 아는 사람의 말대로 '돈 먹는 하마' 한 마리와 함께 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것 맞다. 더구나 내가 배워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경우에는 몇 년 간 계획하다 망설이다를 반복하다 결국에는 실행에 옮겨야 하는 시기를 맞이해야 한다. 새 페인트칠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 새 외장재로 단장을 해야 할 시기의 도래 같은 것 말이다.
나무로 외장마감이 되어있는 집이 수십 년 나이를 먹은 데다 손이 닿지 않는 이층 꼭대기에 딱따구리가 뚫어 놓은 두 개의 구멍은 작은 새들이 둥지를 틀기에 아주 적합했던 모양으로, 새끼새들이 부화해 지지배배 지저귀다 종국에는 나는 법까지를 배워 집을 나가는 일이, 지난 몇 년째 아마도 수십 번은 반복되었을 거다. 새들이 커가는 소리는 집안에서도 다 들린다. 하도 시끄러워 벽을 두어 번 탁탁 치면 새끼새들은 잠시 멈추었다 다시 지지배배 울어대곤 했다.
나름 인터넷도 뒤져 보며 어떤 외장재가 적합할지 대략 마음에 두고는 있었지만, 업자의 견적은 나의 예상을 두어 배도 훌쩍 뛰어넘어 콩당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지만, 수십 년을 버텨야 할 외장재에 차마 마음에 안 드는 싼 재료를 택할 수는 없었다. 여러 재료를 혼합해 튼튼하고 두껍고 질기게 만들었다는 최상품을 선택했다. 새 외장재는 군데군데 외장에 벽으로 쓰인 석회암 톤에 맞춰 갈색 계열로 바꾸기로 했다. 그 일이 지난 오월이었고, 주문한 재료가 도착했다며 칠월 중순 공사가 시작되었다.
방법은, 원래 있던 목재 외장을 다 뜯어내고 새 외장재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나무 외장의 두드러지는 가장자리 마감(trim)을 뜯어내고 썩은 부분은 합판으로 교체해 평평하게 만든 후 그 위에 새 외장재를 덧붙이는 것이므로 벽이 전체적으로 1-2인치 두꺼워지는 작업이다. 가장자리 마감을 뜯어내고 보니, 새들이 구멍을 냈던 벽이 그나마 썩은 곳 없이 가장 멀쩡한 벽이었다. 아마도 해가 덜 드는 방향인 데다 창 없이 밋밋하게 벽만 있는 곳이라 빗물이 고이지 않아 그런 듯했다.
공사를 시작하자, 종일 엄청 큰 소음과 창밖을 지나는 외부인들 모습 때문에 집안의 고양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고생을 좀 했다. 집 주위의 나무며 화초들 역시 초토화되었다. 부추, 깻잎, 파들이 자라던 화단도 잡초로 보였던지 다 밟고 지나다녀 깨끗이 뭉개졌다. 화분도 하나 깨 먹고 아무런 언급이 없었는데, 혹여나 공사에 차질을 빚을까 싶은 마음에, 그냥 조용히 넘어갔다.
공사는 거의 삼 주에 걸쳐 진행이 되었다. 삼 주 내내 매일 공사를 한 게 아니라 공사를 하다 재료가 떨어져 새 재료가 도착하기까지 공사를 멈추기도 하는 등의 일이 있었다. 어쨌든 팔월초에는 공사가 얼추 마무리되었다. 외장재와 돌 사이 벽 틈을 시멘트로 메우는, 소소하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은 어찌나 대충 해 놓았는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중에 내가 할 테니 그냥 가라고 했더니, 정말로 쓰다 만 작은 시멘트 반 포대를 남기고 철수했다. 결국 날 잡아 지난 주말 내가 그 일을 해야 했는데 장장 일곱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외부인이 와서 해야 했던 큰 공사는 끝이 났고, 이제 새 외장재에 맞춰 앞뒤 문이며 차고문을 새로 페인트 칠 하는 일이 남았다. 이층 방 하나와 연결된 작은 발코니가 있는데, 거의 쓰임이 없긴 하지만 그것 역시 다른 외장재와 더불어 오래된 목재인지라 조만간 새로 고쳐야 할 것이다. 목재라면 이제 질려서 인터넷을 뒤져 알아보니 알루미늄 데크 재료가 있어 알아보는 중이다. 그 재료는 주위에서 판매하는 곳이 없어 다른 주에 있는 공장에 직접 주문을 해야 한다. 그 공사는 우리가 직접 할 계획이라 살짝 무섭고 떨린다.
이 대공사 이후 나름 긍정적으로 얻은 것이 하나 있다면, 이제 더 이상 집 주위를 나는 새들을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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