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한여름 대공사

WallytheCat 2023. 8. 19. 01:25

낡아가는 집을 하나 갖고 있다는 건, 어느 아는 사람의 말대로 '돈 먹는 하마' 한 마리와 함께 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것 맞다. 더구나 내가 배워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경우에는 몇 년 간 계획하다 망설이다를 반복하다 결국에는 실행에 옮겨야 하는 시기를 맞이해야 한다. 새 페인트칠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 새 외장재로 단장을 해야 할 시기의 도래 같은 것 말이다.

나무로 외장마감이 되어있는 집이 수십 년 나이를 먹은 데다 손이 닿지 않는 이층 꼭대기에 딱따구리가 뚫어 놓은 두 개의 구멍은 작은 새들이 둥지를 틀기에 아주 적합했던 모양으로, 새끼새들이 부화해 지지배배 지저귀다 종국에는 나는 법까지를 배워 집을 나가는 일이, 지난 몇 년째 아마도 수십 번은 반복되었을 거다. 새들이 커가는 소리는 집안에서도 다 들린다. 하도 시끄러워 벽을 두어 번 탁탁 치면 새끼새들은 잠시 멈추었다 다시 지지배배 울어대곤 했다.

(Monday 5/22/2023)

나름 인터넷도 뒤져 보며 어떤 외장재가 적합할지 대략 마음에 두고는 있었지만, 업자의 견적은 나의 예상을 두어 배도 훌쩍 뛰어넘어 콩당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지만, 수십 년을 버텨야 할 외장재에 차마 마음에 안 드는 싼 재료를 택할 수는 없었다. 여러 재료를 혼합해 튼튼하고 두껍고 질기게 만들었다는 최상품을 선택했다. 새 외장재는 군데군데 외장에 벽으로 쓰인 석회암 톤에 맞춰 갈색 계열로 바꾸기로 했다. 그 일이 지난 오월이었고, 주문한 재료가 도착했다며 칠월 중순 공사가 시작되었다.

방법은, 원래 있던 목재 외장을 다 뜯어내고 새 외장재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나무 외장의 두드러지는 가장자리 마감(trim)을 뜯어내고 썩은 부분은 합판으로 교체해 평평하게 만든 후 그 위에 새 외장재를 덧붙이는 것이므로 벽이 전체적으로 1-2인치 두꺼워지는 작업이다. 가장자리 마감을 뜯어내고 보니, 새들이 구멍을 냈던 벽이 그나마 썩은 곳 없이 가장 멀쩡한 벽이었다. 아마도 해가 덜 드는 방향인 데다 창 없이 밋밋하게 벽만 있는 곳이라 빗물이 고이지 않아 그런 듯했다.

(Tuesday 7/18/2023)

공사를 시작하자, 종일 엄청 큰 소음과 창밖을 지나는 외부인들 모습 때문에 집안의 고양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고생을 좀 했다. 집 주위의 나무며 화초들 역시 초토화되었다. 부추, 깻잎, 파들이 자라던 화단도 잡초로 보였던지 다 밟고 지나다녀 깨끗이 뭉개졌다. 화분도 하나 깨 먹고 아무런 언급이 없었는데, 혹여나 공사에 차질을 빚을까 싶은 마음에, 그냥 조용히 넘어갔다.

공사는 거의 삼 주에 걸쳐 진행이 되었다. 삼 주 내내 매일 공사를 한 게 아니라 공사를 하다 재료가 떨어져 새 재료가 도착하기까지 공사를 멈추기도 하는 등의 일이 있었다. 어쨌든 팔월초에는 공사가 얼추 마무리되었다. 외장재와 돌 사이 벽 틈을 시멘트로 메우는, 소소하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은 어찌나 대충 해 놓았는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중에 내가 할 테니 그냥 가라고 했더니, 정말로 쓰다 만 작은 시멘트 반 포대를 남기고 철수했다. 결국 날 잡아 지난 주말 내가 그 일을 해야 했는데 장장 일곱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외부인이 와서 해야 했던 큰 공사는 끝이 났고, 이제 새 외장재에 맞춰 앞뒤 문이며 차고문을 새로 페인트 칠 하는 일이 남았다. 이층 방 하나와 연결된 작은 발코니가 있는데, 거의 쓰임이 없긴 하지만 그것 역시 다른 외장재와 더불어 오래된 목재인지라 조만간 새로 고쳐야 할 것이다. 목재라면 이제 질려서 인터넷을 뒤져 알아보니 알루미늄 데크 재료가 있어 알아보는 중이다. 그 재료는 주위에서 판매하는 곳이 없어 다른 주에 있는 공장에 직접 주문을 해야 한다. 그 공사는 우리가 직접 할 계획이라 살짝 무섭고 떨린다.

012
(Saturday 8/5/2023)

이 대공사 이후 나름 긍정적으로 얻은 것이 하나 있다면, 이제 더 이상 집 주위를 나는 새들을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 아닐까 싶다.

'Days in Ohio'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하실 대공사  (4) 2023.10.03
Haven't Cut the Cable Yet?  (2) 2023.08.19
독립기념일 파티 #13  (6) 2023.07.04
금토일월화  (8) 2023.07.01
늦봄 혹은 초여름 언저리, 붓꽃  (2) 2023.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