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늦봄 혹은 초여름 언저리, 붓꽃

WallytheCat 2023. 5. 25. 03:43

붓꽃 구근을 심었던 게 한참 전이라 그게 언제였는지 기억에도 없다. 해마다 꽃의 수가 줄더니, 올해는 손에 꼽을 만큼 몇 안 되는 꽃이 피었다. 흰색 꽃이 몇 피더니, 그 다음날 노란색 꽃 딱 하나, 또 그 다음날 옆으로 누운 채 보라색 꽃 하나가 피었다. 흰꽃은 청초해 보이고 노란 꽃은 든든해 보이지만 그중 내 마음을 가장 크게 훔치는 건 역시나 보라색 꽃이다. 붓꽃이 고운 꽃이긴 한데, 그 큰 꽃을 지탱하는 길고 가는 꽃대를 보자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어쨌거나, 피고 지고 피고 지는 마당의 꽃구경 덕에 그나마 마음 흔들리지 않고 하는 일에 집중하며 살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으니, 늘 고마운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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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5/24/2023)

작년 11월 18일 둘째 시누이댁에 갔다가 얻어 온 도기 항아리다. 내 기억으로 그 댁 벽난로 앞을 수십 년간 지키던 항아리인데, 벽난로 앞 작은 공간 한쪽을 조용히 지키는 오브제라기엔 크기가 너무 컸고, 번들거리는 표면 탓에 눈에 너무 뜨였다. 시누이가 집안 정리를 하면서 없애기로 했다며, 내게 가장 먼저 갖고 싶은 지를 물으셨다. 집안에는 마땅한 공간이 없으니 마당 어디에 둘 요량으로, 가져가겠다고 했다. 항아리가 내 집으로 옮겨 온 이후로 마땅한 정착지를 찾지 못한 채 집앞 마당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정처 없이 배회 중이다. 지금 생각하면 나도 웃긴다. 그 집 벽난로 앞에 있을 때는 늘 '저 큰 항아리가 왜 저기 있어야 할까' 싶어 한 번씩 흉보는 마음을 갖곤 하더니, 막상 그걸 내게 준다니 별 망설임 없이 덥석 받아온 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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