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금토일월화

WallytheCat 2023. 7. 1. 08:17

다음 주 화요일이 독립기념일 공휴일이라 사이에 끼는 월요일까지 합해, 금요일인 오늘부터 닷새를 쉬게 되었다. 아무 데도 안 가고 몇 날 며칠 혼자서도 잘 노는 체질이니 집에 있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둘째 시누이께서 연중행사로 벌이시는 그 '독립기념일' 파티가 바로 코앞인 내일로 다가와서다.

내게 밥과 김치를 파티에 내어 놓으라는 주문을 하셨다. 음식이 넘쳐 나는 그곳에 나의 소박한 밥과 김치가 꼭 필요하다기보다는, 혹여라도 내가 그 자리에 안 나타날까 봐 나름 머리를 써 내게 숙제를 준 거라는 혐의가 짙다. 늘 가기 싫은 그 파티에 갈 때면, '연세 드신 시누이가 이 연중행사를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으시랴' 싶어 훗날 후회하지 말고 꾹 참고 가자는 마음을 앞세운다.

오늘 김치를 담그며 문득 드는 생각은, 정정한 시누이가 나보다 훨씬 오래 사시게 된다면, 나는 죽을 때까지 이 가기 싫은 파티에 계속 가야 하는 거? 오, 그럴 수는 없다. 그냥 대략 앞으로 한 오 년 간만 참고 가는 걸로 선을 긋고, 그 이후는 눈 딱 감고 안 가는 걸로 하자. 뭐 그런 저런 잡생각을 하며, 김치든 겉절이든 일 년에 겨우 몇 번 손님이나 와야 무치는 걸, 오늘 날 잡아 만들었다. 봄동 비슷한 작은 배추, 청경채, 부추, 고수, 당근, 양파, 파 등 있는 재료 없는 재료 다 때려 넣었더니 겉절이 양이 엄청나다. 무채도 따로 만들어 챙겼다.

 

 

(Friday 6/30/2023)

캐나다 산불 탓에 내가 사는 오하이오 주에도 스모그가 심각했다. 한 사흘 전이 최악이었다. 오늘은 그래도 하늘이 좀 맑아진 듯도 싶다. 내일 비소식이 있어 반갑다. 제발 캐나다에 비가 억수로 쏟아져 산불이 진화되었으면 해 진심으로 기도를 하는 중이다. 파티고 뭐고 내일 비나 펑펑 쏟아져 공기나 좀 더 맑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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