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독립기념일 파티 #13

WallytheCat 2023. 7. 4. 01:39

둘째 시누이 주최 독립기념일 파티는 올해로 13번째였나 보다. 패널로 인쇄한 단체사진 12장이 파티장 왼쪽 입구 후식이 놓인 탁자 위 벽에 고스란히 전시된 걸 보고 알게 된 사실이다. 매해 사진이 하나씩 늘어가니 내년에는 13장의 사진이 걸려 있을 거다. 세상에, 가기 싫다 싫다 하면서도,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한 해 빠진 걸 빼고, 나는 도합 열두 번이나 그 자리에 있었구나. 시누이가 그 모임을 위해 얼마나 힘들게 준비했을까를 뻔히 아니 차마 외면할 수 없던 부분도 있었겠지만, 시누이가 또 내 남편을 얼마나 듬직하게 여기는 지를 아는지라 내가 나서서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 사진들을 들여다보자면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변천사가 고스란히 들여다 보여, 보는 재미가 있긴 하다.

내내 그 단체 사진을 찍는데 쓰였던 내 니콘 사진기 D300이란 모델이 2007년에 출시되기 시작했다는 것도 며칠 전 찾아보고 알았다. 그러니 올해로 사진기도 16살쯤 된 거다. 작년에 단체 사진을 찍으며, 새 사진기를 장만하지 않으면 내년, 그러니까 2023년에는 같은 사진기로는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말했던 것도 같다. 작년에 했던 그 말이 생각나 파티 이틀 전 부랴부랴 온라인을 뒤지고 유튜브 영상들을 보며 적당한 걸 하나 찾아 아마존에서 하나 주문할까 했는데 파티 전에 사진기를 받는 건 이미 불가능했다. 사실 다행이다. 이제 여행도 잘 안 다니고 사진에 대한 욕심도 별반 없는데 일 년에 한 번 쓰자고 그걸 샀더라면 지금쯤 후회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올해는 웬일로 파티가 한적해 보였다. 사정이 있어 못 온다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한다. 나로서는 나름 사람들과 말도 섞을 여유도 있고 마음이 편안한 게 좋았다. 70-80명쯤이나 온 걸까 싶었는데, 나중에 단체 사진 속 사람들을 세어 보니 모두 108명이나 되었다.

엘비스 씨는 물론 오셨다. 평소 앞 좌석을 꽉 채우던 친척 광팬들이 못 오신 관계로 앞 좌석이 비어 보여 나도 잠시 앞자리에 앉아 즐기기까지 했다. 옆에 앉은 남편이 하는 말이, 앞에 앉아 공연을 보니 나름 재미가 있단다. 대중 앞에서 노래하는 걸 직업으로 삼다니 대단한 용기란 생각이 든다는 말도 보탰다. 나는 짐짓 못 알아들은 척하며, "뭔 소리여, 그런 직업을 다른 사람들은 '가수'라고 해. ㅎㅎ" 아마도 남편의 말은, 트럭운전사란 직업에서 가수란 직업으로 전환했을 때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뜻 아니었을까 싶다.

(Saturday 7/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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