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닷새 내내 비도 매일 내리며 으슬으슬 추웠다. 낮 최고기온이 화씨 45도(섭씨 7도)쯤 되었던 것 같다. 이틀 전인 월요일 밤에는 비가 눈으로 변해 내릴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들었다. 5월에 눈을 다 보겠다 싶었는데, 눈은 내리지 않았다.
두어 주 전부터 수선화는 사라져 가고, 튤립이 올망졸망 자라며 꽃망울을 맺기 시작했다. 바람 불고 추운 날이 계속되니 튤립이 그 상태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 머물러 있는 게 보인다. 모두 보라색이나 혹 그 비슷한 색인줄 알고 심었던 튤립이 예상치 못한 알록달록한 색들이라서 좀 놀랐다. 게다가 새로 나온 꽃을 대여섯 개 사슴이 먹어치우기까지 해 심히 마음이 아프다. 수선화는 먹지 않더니, 튤립은 사슴이 먹을 수 있는 꽃인 모양이다.
활짝 핀 튤립도 곱겠지만 내 눈에는, 지금 꽃 피기 전 멈춘 상태가, 마치 비에 젖은 날개를 접어 깃털을 숨긴 채 앉아 쉬는 한 무리 새들의 자태 같기도 한 게,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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