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지하실 대공사

WallytheCat 2023. 10. 3. 10:13

지난 칠월 외벽 공사 내내 날씨가 맑아 마음을 턱 놓고 있던 중 어느 날 밤 난데없이 폭우가 쏟아졌다. 아직 물받이 설치까지는 진행이 안 된 상태였으므로 살짝 걱정이 되어 지하실에 내려가 봤더니, 세상에나, 지하실 한쪽벽에서 제법 많은 물이 새어 들고 있었다. 그 근처 바닥에 하수구가 있는 건 알고 있어 그 위에 덮인 카펫에 구멍을 내어 그리로 물을 빼냈다. 그다음 날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일이 반복되어 또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그리고는 그다음 날 물받이 공사를 해 일을 일단락 지었다.

그런 일을 겪은 후, 늘 물이나 습도의 문제를 배제할 수 없는 곳이 지하실이므로, 지하실 카펫을 걷어내고 비닐 재질의 마루를 깔면 좋겠다는 강력한 유혹과 그 힘든 작업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를 저울질하며 몇 주를 지내던 주말 어느 날, 일을 저지르기로 했다. 그런 일에 영 자신이 없다는 남편은 걷어낸 카펫 조각들을 정리해 쓰레기로 내어 놓는 일, 무거운 마루 재료를 지하실로 옮기는 일 등 힘쓰는 일로 돕기로 해, 결국 마루 까는 일은 온전히 나의 과제가 되었다. 예전부터 언젠가 한 번은 꼭 직접 해보고 싶던 일이라 차라리 홀가분하게 혼자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실 다 준비된 네모 반듯한 빈 방이라면야 어려울 것도 별로 없다. 하지만 이미 쓰던 공간이라 온갖 잡동사니가 많아 그것들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일을 해야 했다. 일단 처음 작업할 공간을 치웠다. 그리고는 콘크리트 바닥에 에폭시로 붙여 놓은 카펫을 힘으로 끌어당겨 커터로 자르는 지난한 작업으로 일이 시작되었다. 카펫 해체 작업에 비하면, 바닥과 벽을 잇는 부분에 못질해 놓은 베이스보드(baseboard)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떼어낼 수 있었다.

지하실 여기저기에 놓인 시설물이 모두 각각의 독립된 방으로 마감되어 있어, 문 달린 방이 다섯 개가 있다. 그 방 안에는 마루를 깔지 않아도 되지만 문틀까지는 마루를 깔아야 한다. 그러니 다섯 개의 문틀을 포함해 도전해야 할 곳은, 원 형태의 하수구 두 개(한 개는 바닥이 푹 꺼져 있는 데다 마감이 안 되어 있다), 일층에서 내려오는 계단 끝, 두 개의 네모난 기둥, 이곳저곳 푹 파이거나 금이 간 콘크리트 바닥(시멘트 개어 다 메웠다), 30도 각도의 짧은 구간의 벽 등이었다.

난제들이 숨어 있었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고 신나는 작업이 되었던 것 같다. 급하게 끝내야 하는 마감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니, 내 속도에 맞춰 시간 날 때마다 내려가 작업을 하면 된다는 점도 장점 아니겠는가. 주로 주말에 일을 했고, 평일 퇴근 후에도 손이 근질거린다 싶으면 내려가 작업을 했다. 그렇게 해서 총 작업 기간은 8월 25일부터 9월 24일까지 꼭 한 달이 걸렸다.

작업을 모두 마치고, 쓰지 않는 물건들을 대량 '굿윌(Goodwill)'이란 곳에 기부를 했다. 쓰지도 않고 아깝다고 끼고 있던 물건들을 보낼 때 마음이 아플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갖다 주고 나니 속이 다 후련했다. 아직도 정리할 물건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지하실이 엄청 넓어졌다. 텅 빈 공간을 보니, 댄스 교습소라도 차릴 수 있겠다 싶다. 하수구 두 곳에는 각각 제습기 한 개씩을 연결해 놓아, 제습기를 한 개 쓸 때보다 훨씬 뽀송뽀송 건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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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8/25/2023 카펫을 떼어내는 작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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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6/2023, 카펫을 제거하고 마루 까는 작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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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펫 아래 마감도 안 된 하수구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시멘트 작업을 해 고친 곳에 고양이 아기(Augie)가 발자국을 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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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2023, 마루 재료를 가로, 세로 등으로 자를 수 있는 전기톱과 힘 좋은 청소기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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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틀 아래는 문 다섯 개가 다 다르게 생겼다.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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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6/2023, 토요일 자정 가까운 시간에 마지막 조각을 맞춰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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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x 4" 서브웨이 타일로 베이스보드 작업, 9/17-9/25/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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