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돌담 쌓기, 두 번째

WallytheCat 2022. 10. 4. 04:54

집 옆에 만만한 크기의 꽃밭 겸 텃밭인 밭이 하나 있다.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넓어 그 폭이며 넓이를 대폭 줄였던 게 칠팔 년은 된 것 같다. 그 밭을 둘러놓은 두어 단 짜리 돌담이니 담이라 할 것도 없지만 어느덧 그마저도 경계가 모호하게 허물어져 정리 정돈이 필요해 보였다. 두어 주 전 주말, 큰마음먹고 일을 시작했다.

시작하고 두어 시간이나 지났을까. 돌들을 걷어내던 중 돌과 돌 사이 작은 뱀 하나가 보인다. 한여름에는 종종 개미집이 나타나 기겁을 하곤 했지만, 뱀이라니, 전혀 예상치도 못한 복병이었다. 뱀은 제 몸이 드러나자마자 재빠르게 어딘가로 몸을 숨겼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시 일을 시작했으나, 같은 뱀을 다다음 돌 밑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두 번째 마주했을 때 비로소 뱀의 몸 색이며 머리 형태가 눈에 들었다. 검회색 줄무늬에, 잘은 모르겠으나, 독사는 아닌 듯했다. 더 이상 뱀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그날은 일을 접었다.

일주일 후인 지난 주말, 멈춘 곳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돌을 하나하나 걷어낼 때마다 그 뱀 생각이 나긴 했지만, 다행히 다시 등장하지는 않았다.

청명한 날씨에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었다. 바람 때문에 추울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일하느라 흘린 땀을 깨끗하게 식혀주는 기분 좋은 바람이었다. 바람에 나뭇잎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도 듣기 좋았다. 비도 한동안 내리지 않아 물기 한 점 없는 흙은 삽질하기도 수월했다. 두 번째가 되니 삽질에도 조금 요령이 생긴 듯하다. 마당 일이란 게, 할 때는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힘이 들지만 막상 다 끝내고 원했던 결과가 보이면 나름 뿌듯함을 느끼게도 한다.  네 시간쯤 지나 얼추 일이 마무리가 되었다. 정리하고 난 빈 땅에는 조만간 튤립과 수선화 구근을 심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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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해체하는 중. 일주일 전 뱀이 등장했던 지점. Sunday 10/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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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 새로 쌓은 돌담, Sunday 10/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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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올여름 마지막 하나 남은 쟁반꽃도 피었다. Sunday 10/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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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이 비대해진 지피식물(地被植物, ground cover)을 일부 뽑아 다른 쪽 마당에 옮겨 심었다. Sunday 10/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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