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현무암이 흔해 현무암 돌담이 흔하듯, 내가 사는 곳에는 석회암(limestone)이 흔해 석회암 돌담이 흔하다. 석회암의 강도가 3-4이니 단단한 돌은 아니지만 집 외장, 벽난로 외장, 담장 등에 많이 쓰인다. 석회암은 작은 조개껍질이나 물고기 등의 화석으로 가득해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오래된 듯 허물어져 가는 석회암 돌담을 어디 다른 곳을 지나다 보았다면, 고색창연하니 멋스럽다며 지나칠 수도 있겠으나, 이것이 내가 사는 테두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 주위 환경을 돌보지 않고 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말이다. 서서히 무너져가는 담을 보며 심란하여, 헐고 새로 반듯하게 돌을 쌓는 상상을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그런 세월이 아마도 십 년은 족히 되었을 것이다. 겨울은 땅이 얼고 추우니 그런 일을 하는 데 좋은 계절은 아니라고, 매일 비가 와 땅이 질척거리는 봄도 좋은 계절은 아니라는 등의 핑계도 대며 차일피일 미루었던 것 같다.
날이 좋았다. 비도 하루 건너 하루씩 소나기처럼 내려 땅은 축축하지도 푸석거리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에, 기온도 몇 도 떨어져 날은 쨍하게 맑되 그리 후덥지근하지도 않았다. 혼자 아침을 먹고 아무리 기다려도 남편은 나타날 기색이 없다. 정오가 되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싶어 일단 혼자 나가 담을 해체하는 일을 시작했다. 오른쪽 구석 일부는 몇 달 전 정리를 해서 그 부분은 손대지 않기로 했다. 무겁기는 하지만 돌을 들어서 돌끼리 서로 부딪히지 않게 땅 위에 던지면 되는 일이었으니, 해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려운 건, 땅을 고르고, 각각 다르게 생긴 돌들을 퍼즐 맞추듯 모서리와 높이를 비슷하게 맞추며 담을 쌓는 일이었다. 넓적하고 가장 무게가 나가는 돌들은 바닥에 앉히고 나머지는 얼추 쌓아 올렸다. 이걸 완벽하게 하려면 이틀은 걸릴 것도 같았다. 서둘러했더니 꼬박 다섯 시간 후에 끝나기는 했다. 다행스러우면서도 희한한 건, 손가락도 안 다치고 돌로 발등을 찍지도 않아 사지가 멀쩡한 상태로 일의 끝을 냈다는 것이다. 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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