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Honey Locust

WallytheCat 2022. 8. 5. 08:45

목요일 아침, 출근을 위해 차를 후진하려다 보니 집 앞 나무에서 떨어진 나뭇가지가 옆집 마당에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 간 밤에 비도 바람도 없던 것 같은데 제법 큰 가지가 떨어져 있었다. 말이 나뭇가지지 웬만한 나무 한 그루쯤 되어 보이는 큰 것이었다. 가려던 길을 멈추고 일단 가지를 끌어다 나무 밑으로 옮겨다 놓고 출근길에 나섰다. 저녁에 퇴근 후 다시 보니 크긴 컸다. 잎이라도 좀 마르게 며칠 놓아두었다가 장작용으로 패던가 해야 할 것 같다.

집 앞에 우람한 몸집을 하고 선 이 나무는 오하이오에서 흔하게 보는 것으로, '허니 로커스트'라 부른다. 한글로는 '미국주엽나무(콩과 주엽나무 속 낙엽 교목)'라 한단다. 정확한 높이는 알 수 없지만 아직도 왕성하게 자라는 중으로 보이는 이 나무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왜 이렇게 쑥쑥 빨리 자라는 나무를 집 앞에 심어 놓은 것일까'였다. 집을 지은 후 심은 게 아니라면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나무를 그냥 둔 것이었을까? 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집 바로 옆에 있던 소나무는 너무 커져서 결국은 베어내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소나무 역시 동일 인물의 결정이었다면 집앞 조경에 너무나 어설픈 결정을 했구나 싶다.

이 나무는 몇 년에 한 번씩은 사람을 고용해 가지치기를 하긴 하지만 별로 표도 안 나게 큰 가지가 뻗어 나간다. 게다가 뿌리는 주차장 진입로 땅 밑까지 뻗어 진입로 아스팔트 포장을 쩍 하니 갈라놓았으나, 그 원인이 이 나무의 뿌리인 것을 알기에 포장을 새로 하기에도 애매한 면이 있다. 작년에는 정말 이 나무를 베어 버릴까를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으나 정정하게 자란 고목에게 차마 그럴 수 없어 꾹 참았다. 이 나무가 없으면 자기 집 앞마당이 휑할 것이라며 제발 나무를 자르지 말아 달라는 옆집(집 앞에 자동차를 5-7대씩 주차해 늘 교통정리가 안 되는 그 옆집 맞다)의 간곡한 부탁이 1퍼센트쯤 내 마음에 걸렸던 것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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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8/4/2022>

돌보지 않은 귀퉁이 화단에는 때늦은 들깻잎이 반원형으로 무리를 지어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게 보인다. 

<Thursday 8/4/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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