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마지막 인사

WallytheCat 2022. 6. 4. 00:38

지난주 금요일, 둘째 시누이의 남편(아주버님) 장례식에 다녀왔다. 그분의 죽음의 이유가 단순한 노환이 아닌 암이라 부르는 병마와 오랜 기간 싸우고 버티다 가신 것이라 나를 포함한, 장례에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만감이 교차했음은 물론이다.

 

상당한 기간 동안 병원에서 하라는 모든 항암 치료를 빠짐없이 받았고, 더 이상 병원에서는 해줄 수 있는 치료가 없다고 할 때부터 집에서 가능한 치료와 진통제로 버티셨다. 점점 쇠약해지고 형편없이 몸무게가 줄어가는 모습이, 가끔씩 들러 보는 내게도 고통으로 다가오는데 그 모든 것을 감내하고 버티는 본인은 어떨까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매 두 시간마다 모르핀을 투여받으며 거의 종일을 주무시는 그분이 잠시 깨었을 때 이야기를 나눴다. 몸의 고통에 비해 너무나 또렷한 의식과 정신력에 놀랐다. 쇠약해져 뼈만 앙상한 몸이 아니라 정신이 버티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와중에 보이시는 유머 감각에 눈물이 왈칵 나는 걸 참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저런 상태로 오래 버티실 수도 있겠구나 싶어 옆에서 힘들게 병간호하는 시누이와 그 가족 걱정도 했다. 그렇게 뵙고 온 지 아흐레 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받았다.

 

그분을 보내는 날, 날씨는 좋았다. 하늘은 맑았고 공기는 선선했다. 무엇을 해도 좋은 날이었겠지만 몇 시간 밖에서 진행되는 장례식의 무게를 조금은 가볍게 해주는 데 좋은 날씨만 한 게 어디 있겠나. 돌아가신 재향 군인의 장례에 참석해 예포를 쏘아 올리고 가족들에게 정갈하게 삼각으로 접힌 국기를 건네는 재향 군인들이 행하는 엄숙한 예식은 볼 때마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한다. 새 무덤 위 잔디가 자리잡기 전 다시 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를 떴다. 이제 편안히 영면하소서!

 

<Friday 5/27/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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