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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준비하다

이틀 후인 화요일(10/18)에는 기온이 떨어져 서리가 내릴 거라는 일기 예보에, 싫다는 몸을 일으켜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밖으로 나갔다. 여름 끝물에 사 둔 튤립과 수선화 구근도 심어야 했고, 서리 내리기 전 깻잎도 한 번은 더 수확해야 할 것 같았다. 튤립 구근 50개 중 반은 썩어 있어 25개를, 50개 모두 멀쩡한 수선화 구근은 두어 곳에 나누어 심었다. 사진처럼 어여쁘게 몇이나 꽃으로 피어 나올지는 내년 봄이 되어야 알게 되겠지만, 사슴님들이 튤립도 따 드신다는 얘기를 듣고는, 괜한 고생을 사서 하나 싶어 반쯤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올해 마지막 깻잎은 향긋한 나물이 되었다. 늘 고마운 들깻잎, 내년에 다시 보게 되길! 화요일(10/18)에는 기온이 낮아 쌀쌀하긴 했지만 서리가 내리진 않았..

Days in Ohio 2022.10.17

네 이름 가을, 스산하다

아침에 창밖을 내다보니 뒷마당에 호두나무잎이 우수수 떨어져 있다. 아침에 본 마당이 낙엽 반 잔디 반이었다면 저녁에 내다본 마당은 낙엽에 가려 잔디가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다. 나무들을 올려다보니 아직 떨어지지 않은 잎이 반쯤이나 남아 있다. 떨어진 낙엽이 어여쁘긴 하다만 저 많은 낙엽을 누가 다 치울꼬. 낙엽 속에 숨겨진 무수한 호두 열매 줍는 일도 큰일 중 큰일일 터인데...

Days in Ohio 2022.10.13

돌담 쌓기, 두 번째

집 옆에 만만한 크기의 꽃밭 겸 텃밭인 밭이 하나 있다.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넓어 그 폭이며 넓이를 대폭 줄였던 게 칠팔 년은 된 것 같다. 그 밭을 둘러놓은 두어 단 짜리 돌담이니 담이라 할 것도 없지만 어느덧 그마저도 경계가 모호하게 허물어져 정리 정돈이 필요해 보였다. 두어 주 전 주말, 큰마음먹고 일을 시작했다. 시작하고 두어 시간이나 지났을까. 돌들을 걷어내던 중 돌과 돌 사이 작은 뱀 하나가 보인다. 한여름에는 종종 개미집이 나타나 기겁을 하곤 했지만, 뱀이라니, 전혀 예상치도 못한 복병이었다. 뱀은 제 몸이 드러나자마자 재빠르게 어딘가로 몸을 숨겼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시 일을 시작했으나, 같은 뱀을 다다음 돌 밑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두 번째 마주했을 때 비로소 뱀의 몸 색..

Days in Ohio 2022.10.04

십년의 숙원, 돌담을 새로 쌓다

제주도에 현무암이 흔해 현무암 돌담이 흔하듯, 내가 사는 곳에는 석회암(limestone)이 흔해 석회암 돌담이 흔하다. 석회암의 강도가 3-4이니 단단한 돌은 아니지만 집 외장, 벽난로 외장, 담장 등에 많이 쓰인다. 석회암은 작은 조개껍질이나 물고기 등의 화석으로 가득해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오래된 듯 허물어져 가는 석회암 돌담을 어디 다른 곳을 지나다 보았다면, 고색창연하니 멋스럽다며 지나칠 수도 있겠으나, 이것이 내가 사는 테두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 주위 환경을 돌보지 않고 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말이다. 서서히 무너져가는 담을 보며 심란하여, 헐고 새로 반듯하게 돌을 쌓는 상상을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그런 세월이 아마도 십 년은 족히 되었을 것이다. 겨울은..

Days in Ohio 2022.08.15

Honey Locust

목요일 아침, 출근을 위해 차를 후진하려다 보니 집 앞 나무에서 떨어진 나뭇가지가 옆집 마당에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 간 밤에 비도 바람도 없던 것 같은데 제법 큰 가지가 떨어져 있었다. 말이 나뭇가지지 웬만한 나무 한 그루쯤 되어 보이는 큰 것이었다. 가려던 길을 멈추고 일단 가지를 끌어다 나무 밑으로 옮겨다 놓고 출근길에 나섰다. 저녁에 퇴근 후 다시 보니 크긴 컸다. 잎이라도 좀 마르게 며칠 놓아두었다가 장작용으로 패던가 해야 할 것 같다. 집 앞에 우람한 몸집을 하고 선 이 나무는 오하이오에서 흔하게 보는 것으로, '허니 로커스트'라 부른다. 한글로는 '미국주엽나무(콩과 주엽나무 속 낙엽 교목)'라 한단다. 정확한 높이는 알 수 없지만 아직도 왕성하게 자라는 중으로 보이는 이 나무를 볼 때마다 ..

Days in Ohio 2022.08.05

앞뜰에 여름꽃

퇴근 후 집 앞을 둘러보니 이십여 그루의 비비추(Hosta)에 모두 꽃이 핀 게 보인다. 눈에 띄게 화려한 꽃은 아닐지언정 모두 동시에 꽃을 피우니 마치 연보라색 등이라도 밝힌 듯 집 앞이 환하다. 벌도 딱 한 마리 날아들어 열심히 일하는 중이다. 별로 가꾸지도 않은 뜰에서 죽지도 않고 매해 알아서 싹 틔우고 쑥쑥 자라서 꽃까지 피워 주니 늘 고개 숙여 감사하는 마음이다.

Days in Ohio 2022.07.19

블로그 이사 두 번째

오마이뉴스 블로그에서 다음 블로그로, 다시 티스토리 블로그로 이전을 했다. 두 번의 이사 모두 내 의지와 무관하게 서버의 서비스 폐쇄 결정에 의한 것이니, 다소 서러운 면이 없지 않다. 그래도 이번에는 이사 갈 방을 마련해 주며 방을 빼라니, 대성통곡하던 첫 번째의 경우와 달리, 큰 불평 없이 일단 이사를 하긴 했다. 다만 예전에 티스토리에 개설해 놓은 계정으로의 이전이 불가능해 그 계정을 폐지한 후 닷새를 기다렸다 이전을 해야 했다. 블로그 이전 후 스킨 설정부터 편집까지 단장을 해야 하는데, 남의 옷 얻어 입을 때처럼이나, 선택 가능한 10개의 스킨을 다 적용해 보았지만, 그 10개 중 입맛에 딱 맞는 게 없다. 레이아웃이 괜찮아 보이는 건 홈 화면에 글쓰기 버튼이 없는 것도 있다. 헐~! 티스토리의..

Days in Ohio 2022.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