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큰 나무와의 동거

WallytheCat 2025. 7. 28. 01:04

집 가까이에 큰 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건 늘 근심거리 하나를 마음속에 두고 사는 일이다. 너무 빨리 자라지는 않기를 바라지만 빠르게 흐르는 세월과 함께 생각보다 나무는 쑥쑥 빨리 자란다. 기회가 되면 베어야 할 나무가 세 그루쯤 된다. 뒷마당에 반은 죽고 반은 살아있는 산사나무 하나, 역시나 뒷마당에 엄청 키가 커 가지가 옆집에까지 미치는 호두나무 하나, 그리고 앞마당에 옆집과 가까이 있으나 내 집 경계에 속한 허니로커스트(honey locust, 미국주엽나무) 하나다.  

멀쩡히 잘 살고 있는 나무를 베어 낸다는 게 죄책감이 드는 일임에는 분명 하나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앞마당 나무의 경우는, 옆집에서 베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 있기는 했다. 그 나무를 베어내면 자기 집 앞이 너무 휑할 거라는 걱정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무를 돌보는 책임에서는 완전히 제외된 인물이므로 크게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또 다른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던 건, 나무를 베는 비용이 엄청나다는 거다. 암튼 그런 여러 이유로 대략 미루며 살아왔다. 

집 앞의 나무는 이십 년 전 집을 구매할 당시에도 이미 엄청 큰 나무였으니 지금은 말해 무엇하랴. 나무뿌리가 집 앞 진입로 아스팔트 여러 군데에 가로로 균열을 냈지만 나무뿌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균열을 멈출 수는 없으므로 아스팔트를 고치는 것도 방편이 아니다 싶어 그냥 살고 있었다. 

올해 들어 천둥번개를 동반한 심한 폭풍우가 잠깐씩 왔다 가는 일이 자주 있다. 두어 주 전 토요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집 앞 진입로에 비바람을 맞아 어마어마한 크기의 나뭇가지들이 떨어져 널브러져 있었다. 모두 옆집이나 길 위가 아닌 내 집 경계 안에 떨어져 그나마 다행이었다. 

올 늦가을 나뭇잎 다 떨어질 때쯤 사람을 불러 나무를 베어내야겠다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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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7/12/2025, Honey Locust)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뒷마당에 문제의 호두나무 역시 간밤의 비바람에 큰 가지 하나를 떨어뜨려 놓았다. 올가을 확실히 베어내긴 해야 할 모양이다. 현재 시간 오후 한 시, 밖이 캄캄해지며 천둥이 치는 게 아무래도 곧 폭풍우가 올 모양이다.

(Sunday 7/27/2025, 뒷마당 호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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