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매미의 출현

WallytheCat 2021. 5. 27. 00:01

이틀 전 앞뜰에 붓꽃이 몇 피어있길래 사진을 찍으러 다가갔다가 붓꽃 가지에 착 달라붙어 있는 매미의 허물을 여럿 보았다. 너무 빠르게 번식해 다른 식물들을 잠식해 버리는 은방울꽃 뿌리를 뽑는 작업을 두어 주 전에 할 때도 땅속에 수많은 지렁이와 매미가 잠자고 있는 걸 보았지만 여름도 아닌 늦봄에 이렇게 많이 밖으로 나온 건 처음이었다. 한여름에 멀리서 소리로만 들었지 우편함이며 마당에서 흔하게 실제로 매미를 보게 되다니. 허물을 벗어내고, 선명하게 빨간 눈에 투명한 무지갯빛 날개를 단 든든하게 통통한 몸매의 매미와는 처음 마주치는 지라 다소 기묘하다 싶긴 하지만 잠자리와는 또 다른 기품이 느껴졌다. 

 

매미에 관해 잠시 인터넷을 뒤지니, 2021년 매미의 출현에 관한 내용들로 그득했다. 미국 동부 14개의 주와 워싱턴 디씨 (Delaware, the District of Columbia, Georgia, Illinois, Indiana, Kentucky, Maryland, Michigan, New Jersey, New York, North Carolina, Ohio, Pennsylvania, Tennessee and Virginia)에 나타나는, Brood X 그룹으로 분류되는 이 매미의 출현 주기는, 가끔 이상 기후로 인해 주기를 이탈해 나타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정기적 주기는 17년이라 했다(... 1970, 1987, 2004, 2021, 2038...). 올해 출현 예정인 이 매미들이 일찍 나타난 이유는 역시나 이상 기온 때문이란다. 13년 주기 매미와는 다르게 왜 이 매미들의 출현 주기는 17년인지는 과학자들도 아직 그 이유를 모른다 했다.  

 

날개 밑 진동 막으로 내는 소리라는, 엄청난 숫자의 숫 매미가 떼로 힘을 합쳐 암 매미를 부르는 세레나데는 가히 압도적이다. 96 데시벨이라니 마치 여객기가 머리 위를 날 때 내는 소음과 비슷한 수준이라 했다. 창문을 열지 않아도 선명하게 들리는 이 합창은, 창문을 열면 정말 대단하다 싶지만 난 이 소리가 전혀 싫지 않다. 밖에서 달리기를 하다가 들어온 남편의 말이, 햇빛이 쨍하게 나면 매미들은 더 요란한 소리를 내다가 구름이 드리워 좀 어두워지면 소리를 잠시 멈춘다고 했다. 매미의 수명은 4-6주에 불과하다니, 그 소리가 싫더라도 잠시 참으면 그뿐이다. 

 

17년 만에 나타나 뭔가 심히 대단한 일을 벌이고 있는 이들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모두 충족시켜주기에는 과학이 아직 매미에 관해 아는 게 별로 없어 보인다. 매미는 먹어도 인체에는 해가 없으니 저지방 고단백 식품이 될 수도 있다는 정도의 정보로 기사는 마무리하고 있다. 사실 나 역시 매미의 허물(蝉蜕 선태)은 좋은 약재인지라, 집게 들고 밖으로 나가 채집을 좀 해둘까도 고려 중이긴 하다. 

 

CNN 기사 링크다: https://www.cnn.com/2021/05/23/world/cicadas-2021-emergence-scn/index.html

 

01234
<5/24-5/27/2021, 네 번째 변태 유충 껍질과 어른 매미>

https://www.youtube.com/watch?v=W_fy2vCcIiE

 

'Days in Ohio'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얽힌 실타래  (0) 2021.07.19
커피 기계  (0) 2021.05.30
오월의 꽃  (0) 2021.05.26
Cherry Plum Flowers  (0) 2021.04.26
사월의 눈  (0) 2021.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