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얽힌 실타래

WallytheCat 2021. 7. 19. 11:35

내 클리닉 방 하나를 세 내어 일을 하는 마사지사가 코로나 백신 맞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극우 개신교도이시란다. 내가 일하는 커뮤니티 안에 중도 우파나 중도 좌파 개신교도도 많이 있을 터인데, 내겐 그런 운이 없었던 모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아니었다면 굳이 그의 종교관도,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한다는 그의 정치관도 내가 알아야 할 사안이 아니었을 것이며, 내가 그 점에 관여하거나 참견할 일은 더더구나 없었을 거였다. 문제는 그가 혼자 조용히 거부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굳건하게 진실이라고 믿는 코로나 백신에 대한 "가짜" 뉴스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목소리를 내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회유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가 전파하려는 종교적, 정치적 메시지를 자신의 직장에서 마사지를 하는 중에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거하며, 코로나 백신 속에 마이크로 칩을 넣어 사람들을 조종할 거라는 등의 낭설을 그의 고객들에게 무한 반복하는 걸 들으며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의 목소리는 엄청 커서 안 듣고 싶어도 쩌렁쩌렁 다 들린다. 정작 그가 지지해 마지않는 트럼프는 지난 2021년 1월 말 백악관을 떠나기 전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는 건 어찌 설명하려나는 모르겠다.   

 

그가 7월 초 비행기로 여행을 다녀왔다길래, '백신을 안 맞은 의료 종사자로서 질병관리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가격리를 해달라'는 이메일을 보내며, 앞으로도 백신을 맞을 계획이 없다면 공중보건을 위해서 내 클리닉에서 나가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더니, 엄청 열을 받았는지 당장 나가겠다고 했다. 코로나 백신을 맞은 나한테 후일 나쁜 일이 생기지 않기를 기도해 주겠노라는, 덕담인지 악담인지 모를 말도 했음은 물론이다. 나로서는 그 정도로 마무리해주겠다는 소리로 들려 진심으로 고마웠다. 며칠 후 머릿속 열이 좀 식어 이성을 찾았는지, 7월 말까지는 있겠다는 이메일을 다시 내게 보냈다. 그 정도는 나도 예상했던 바이다. 더 이상 거칠게 반응하며 버티지 않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다.

 

사실 첫 이메일을 보낸 후 한 이틀은 좀 무서웠다. 본인, 혹은 그의 지인이 총이라도 들고 쳐들어 오는 건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나 때문에 억지로 자가격리를 닷새쯤 한 후 다시 나타난 그에게 나는 전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기계적이지만 친절하게 인사 정도 하며 지내는 중이다. 어쨌든 그 덕에 8월부터는 내 치료방이 하나 더 늘어나게 생겼으니, 마음 다잡고 주위를 새로이 정비하여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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