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한달의 변화

WallytheCat 2021. 8. 28. 09:02

13개월을 혼자 지내던 아기는 음식으로 경쟁해야 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새끼 때 상당히 부리던 식탐을 버리고 살았다. 99.9%가 암컷인 삼색 고양이의 유전적 특성과 중성화의 이중 요인으로 대체로 비만이 된다는 염려에서 벗어나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사 주 전 프랭키가 오자 사정이 달라졌다. 프랭키는 세상의 모든 고양이 밥을 다 먹어치우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처럼 음식만 보면 어찌나 빨리 달려들어 먹어 대는지, 식사 때마다 둘을 다른 방에서 따로 먹여야 할 정도다. 사정이 이러니, 아기는 밥을 먹을 때 몹시 불안해하며 허겁지겁 먹을 때가 많아졌다. 몸무게 조절을 잘해오던 아기는 먹깨비 프랭키가 온 이후로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

 

여러 동물이 같이 지낼 때는 늘 서열이 생기는 걸 본다. 그래야 그들 나름의 질서가 잡히는 것이겠지. 둘 중 아기의 서열이 높다. 둘이 사이가 좋으면서도 때로 프랭키의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기는 으르렁거리기도 하고, 경쟁을 하기도 하다, 종종 뭔가 뜻대로 잘 안 되면 혼자 토라져서 시무룩해져있기도 한다. 혼자 온갖 관심을 다 받으며 쉽게 살던 시절은 끝나 버린 것이다. 아기는 지금 이 작은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걸 체득하고 있는 중인 듯 싶다. 아기가 시무룩해져 있으면 분위기를 잘 살펴가며 인간들이 나서 달래줘야 하기도 한다.

 

그 둘의 서열대로 거실 창 앞에 놓인 캣 트리(Cat tree)의 꼭대기 팬트하우스는 아기의 몫이다. 아주 가끔 프랭키가 혼자 올라와 밖을 내다보기도 하고 잠시 몸을 뉘어보기도 하지만 대개는 아기의 눈치가 보여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오늘 처음으로 둘이 함께 그 작은 공간에 사이좋게 올라가 있는 걸 보며, 이 아이들이 이젠 조금 더 가까운 사이가 된 듯해 기쁘기 한량없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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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ie and Frankie, Friday 8/27/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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